“참나, 이게 뭐야 정말.”
월요일 아침부터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기자실이 술렁였다. 주말 내내 금융가에 돌던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연임 건 얘기다.
16일 낮에도 인사 제청권자인 금융위는 이에 대해 일체 공식적인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번에 기관평가에서 최고 등급도 받았고…` `유럽 재정위기다 뭐다 분위기도 안 좋고 정권 말인데 뭐 그냥…`이라며 말꼬리만 흐린다.
금융위 역시 `도로 안택수`로 피해가 적지 않다. 이달 중순께 단행할 예정이던 1급과 국장급 인사가 꼬이게 됐다.
새 이사장으로 유력시 됐던 홍영만 상임위원이 그대로 눌러앉으면서다.
정황상 이번 `백(Back)도 인사`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PK(부산·경남) 출신 금융권 독식`이라는 비난의 불똥이 신보 이사장 인선에 제대로 튄 모양새다.
인사는 홍 위원 외 나머지 2인의 이사장 후보는 이른바 `들러리`였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꼴이 돼버렸다.
평생을 전문 금융인으로 살아온 본인들로서는 모욕이고 불명예다.
단지 출생지가 부산이었을 뿐 이후 초중고 성장 과정을 줄곧 서울에서 보낸 홍 위원 역시 서럽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안 이사장이 `행복`할까.
그래 뵈지 않는다. 임기를 닷새 앞둔 지난 12일 출입기자들을 불러 작별 인사를 겸한 간담회까지 했던 그다.
안 이사장은 예약해놨다던 아프리카행 비행기 티켓부터 환불해야 할 판이다.
어부지리로 늘려 받은 임기 1년도 정상적인 집무 수행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나쁜 인사의 전형이다.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인사를 청와대는 밀어붙였다.
공공기관장 인선 특성상 일정 부분 `정무적 판단` 개입은 인정한다고 해도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PK냐 아니냐`뿐 아니라 어떤 원칙과 기준이 작용했는지 말이다.
다만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이번 인사에서는 묘한 `아집`만 보인다.
`그래, 이번에도 잔뜩 떠들어봐라. 난 내가 결정한 대로 간다`는.
류경동 경제금융부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