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생태계 전략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미래포럼]생태계 전략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스마트혁명의 도래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므로 더 빨리 더 집중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고자 했다. 이를 실현해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우리에게 생태계의 대두는 거대한 위협이자 절절한 반성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미래 정책방향을 말할 때 많은 전문가는 이제 건강한 생태계 구축에 집중할 때라고 한다.

건강한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는 것은 마치 수술과 방사선 치료 같은 직접적인 요법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반면에 산업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우리 체질을 튼튼하게 해 피와 기가 잘 순환하고 에너지를 왕성하게 해 환경 변화를 잘 이겨내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리라.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콘텐츠-플랫폼-단말-네트워크(C-P-T-N) 생태계다. 스마트혁명의 토대이자 우리가 부족한 역량을 핵심 요소로 하고 있어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생태계 문제는 보다 입체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IT가 모든 산업과 생활 전반으로 융합하면서 이루어지는 수평적 생태계를 어떻게 진화시켜야 할 것인지 또한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IT 기반 융합은 더욱 광역화할 것이고 IT는 그 자체가 모든 것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축은 그동안 동반성장으로 불려온 대중소기업 간 생태계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기업 역할이 더 커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기에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무장한 중소기업의 탄탄한 뒷받침이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인재양성-기술사업화-국제협력 등 기능 간 선순환과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는 생태계도 매우 중요하다. 이 축들은 상호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생태계 전략은 관련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체질을 바꾸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듯이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산업 생태계를 개선하는 일 역시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많은 것이 함께 바뀌어야 할 것이고, 여러 주체가 기다림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통상 1∼2년 내에 자리가 바뀐다. 생태계 전략 특성상 짧은 재임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수 있는데, 이것이 용인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을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도 표면적이고 단기적인 현안보다는 길고 넓은 안목에서 생태계가 제대로 발전해가고 있는지 지켜보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도 과거의 화려한 성적이 잠시 주춤하더라도 믿고 기다려야 한다. 기업은 직접적인 정책 수혜가 줄더라도 향후 개선되는 기업 환경을 최대한 활용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각종 사업 추진방식과 평가지표도 수정돼야 한다. 특히 우리가 신주단지처럼 애용해왔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세계 선도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당장은 더뎌 보이지만 민간 자율과 창의가 대한민국 IT 산업의 미래를 열어나가도록 하는 생태계 전략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우리에게 익숙하지도 우리 국민성에 부합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인내를 요할 것이다. 향후의 IT 산업정책이 건강한 생태계 구축으로 명쾌한 방향을 잡고 흔들림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생태계 전략을 둘러싼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이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책기획단장 lee@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