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헬스케어, 양·한방 융합서 기회를

[데스크라인]헬스케어, 양·한방 융합서 기회를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자연이다. 자연이 치료하고, 의사는 보완할 뿐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BC460∼377)가 첨단 의학과 함께 면역 증진에 의한 자연 치유를 강조한 말이다. 달리 해석하면 서양의학과 동양의학, 대체의학이 융합돼야 질병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오랜 세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동서양 의학의 만남은 아직 조심스럽고 어색하다. 최근엔 양·한방 융합에 속도가 붙으면서 다른 양상도 나타났다. 갈등과 긴장 관계였던 데서 서로를 인정하고 융합해 난치병 치료를 위해 협진하고 협력해 연구하려는 분위기가 마련됐다.

대구와 전남 장흥에 양·한방 통합의료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에서는 내년 6월 개원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장흥에서는 오는 2014년 문을 연다. 양·한방 통합 치료 모델을 구축해 환자의 치료율과 생존율을 높이는 협진과 공동 연구가 동시에 진행된다. 고령화로 인한 난치성 질환이 빠르게 늘고 있어 양·한방 협진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로의 장점을 결합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것 외에 양·한방 융합은 헬스케어 산업에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열어준다. 그동안 대형 의료기관에 공급하기 위한 중대형 의료기기 개발에 집중투자하다 공급처를 뚫지 못해 기세가 꺾인 정보기술(IT) 기업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첨단 IT 기반 의료기기를 개발해 놓고도 의료기관의 폐쇄적인 공급라인에 실망해 사업을 접은 순진한 IT 기업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IT 기반 헬스케어 제품으로 재미를 못 본 이들 기업은 양·한방 치료기법을 결합한 개인 및 가정용 의료기기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개인용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지역의 한 업체는 양방과 한방의 장점을 결합한 개인용 초음파 의료기기를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서 대박 신화를 쓰고 있다. 일찌감치 양·한방을 결합한 의료기기 개발에 눈을 뜬데다 타깃을 병원이 아닌 개인과 가족에 맞춘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이 업체 사장은 최고의 동양의술을 자랑하는 한국 제품이라며 해외 시장에서는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양·한방이 융합된 국산 의료기기 제품이 해외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됐다는 것이다. 글로벌 헬스케어를 꿈꾸는 기업이라면 새겨들을 만하다.

대구와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도 양·한방 융합 의료기기 개발에 목말라하는 지역 기업을 위한 사업을 고민해야 한다. 굵직한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업체 유치로 생색낼 일이 아니다. 양·한방 융합 기술로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이들이 첨단의료 스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정재훈 전국취재 부장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