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신경전에 차기 주파수 경매 설계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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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으로 예정된 차기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 설계가 통신사 간 미묘한 입장차로 초기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1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이동통신 3사가 공히 롱텀에벌루션(LTE) 용으로 쓰고 있는 1.8㎓ 대역 추가 확보분을 경매에 부쳐 `광대역 LTE`망을 완성하는 차기 주파수 경매안을 마련 중이다.

이통사 신경전에 차기 주파수 경매 설계 `진통`

차기 1.8㎓ 대역 경매안 핵심은 군(軍)전용 통신망으로 쓰이고 있는 70㎒ 폭의 일반 이동통신용 재배치를 이용한 광대역화다.

하지만 SK텔레콤이 방통위의 차기 경매안에 난색을 표하며 “두 주파수를 묶어 하나인 것처럼 쓰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기술로도 광대역 주파수 대체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대역화 경매안이 무의미하다며 경매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낸 셈이다.

SK텔레콤은 현재 이 대역 할당 구조상으로는 추가 주파수 경매 매물이 자사 LTE 광대역화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경매에서 지나치게 비싼 비용을 지불한 대가를 누리지 못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지난해 경매에서 1조원 가까이 주고 낙찰 받은 1.8㎓ 대역 20㎒ 폭은 모두 KT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1.8㎓ 대역과 인접해있다. 이달부터 `멀티캐리어(MC·두 대역 주파수를 오가며 LTE를 사용하는 기술)`용으로 쓰고 있지만 그 전까지는 경쟁사인 KT LTE 서비스 광대역화를 막기 위한 `저지선`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반면에 KT는 경매안이 실행될 경우 매물로 예상되는 1710~1745㎒·1805~1840㎒ 대역이 현재 쓰고 있는 LTE 대역에 인접해있기 때문에 광대역 LTE망 구축이 가능하다.

SK텔레콤으로선 새로 발굴된 주파수가 예상치 못한 복병인 셈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 그대로 차기 주파수 경매를 진행하면 KT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건 사실”이라며 “1.8㎓ 대역 내에서 당연히 이통 3사 주파수 재배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배치로 두 회사 모두 광대역화가 가능한데도 SK텔레콤이 CA 기술로 광대역 주파수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지불한 주파수 경매 비용은 KT의 갑절 이상이다. 하지만 차기 경매가 지금 계획대로 이뤄지면 사실상 SK텔레콤과 KT의 LTE 주파수 경쟁력은 차이가 없어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경쟁 우위 유지를 위해 차기 경매 계획안이 발표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난색을 표하는 것 같다”며 “SK텔레콤이 주파수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설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나치게 비싼 주파수 할당대가로 발생한 폐해라는 지적도 있다. 주파수 경매가가 최대 1조원에 육박하면서 이통사 입장에선 너무 큰 기회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할당대가로 사업자에게 고르게 분배토록 해 망고도화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