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자가 통신망 구축 사업 장비 발주에 국내 기업 참여를 사실상 봉쇄했다. 행정안전부가 막판 중재에 나섰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해 행정 지도력에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17일 경기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는 최근 정보통신망 신규 계약을 진행하며 `캐리어이더넷` 도입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캐리어이더넷은 아직 국산화되지 않은 IP전송장비다.
경기도는 7월 발주한 정보통신망 사용협약 제안요청서에서 `올 IP 환경 구축에 적합한 장비를 활용해 도↔시〃군청 간 최상의 광대역 전송망을 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기간 통신 3사는 전송 부문을 캐리어이더넷으로 구성해 제안할 방침이다.
국내 전송회사 한 임원은 “사실상 캐리어이더넷 도입을 명문화한 것”이라며 “국내 업계는 통신 3사 제안서에 참여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캐리어이더넷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국내 업계가 연말에서 내년 초를 목표로 상용 제품을 개발 중이다. 시장 진입 초기 단계로 글로벌 표준이 완성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경기도 캐리어이더넷 도입을 두고 말썽이 일자 지난 6월 관계 회의를 열고 “국내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경기도는 이에 대해 특정 장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회선임대 사업으로 도는 통신사가 제안한 기술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라며 “제안사가 모두 캐리어이더넷을 제시한다면 그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업계 참여가 가능한) MSPP를 역제안 해봤지만 통신 3사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국내 업계는 캐리어이더넷을 도입하더라도 국산화가 임박한 만큼 발주를 조금만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산 제품이 나오면 경쟁을 통해 고가의 외산 장비 가격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교광 네트워크협회 전무는 “캐리어이더넷은 MSPP보다 갑절 이상 가격이 비싸다”며 “도입이 실현된다면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리어이더넷은 아직 국제 표준화가 안돼 호환성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캐리어이더넷은 오는 11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T)에서 표준화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국내 통신사도 내년 하반기로 자사망 도입을 조율 중이다.
현재 경기도에 앞서 전라북도, 경상남도 등도 캐리어이더넷을 도입했고 다른 지자체도 검토하고 있다.
ETRI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규격이 다른 캐리어이더넷 장비가 도입되고 있어 향후 K넷 운영에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표준화 이후로 도입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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