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 <3부> 거버넌스 개편안 분석 (7) 행정학회 정통부 부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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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판단이 아닌 정보통신 경쟁력 자체와 국사사회 전체의 지속성장의 관점에서 새 정보통신부를 설계해야 한다.”

지난달 말 한국행정학회가 개최한 `2012년 행정학 하계공동학술대회 및 국제학술대회`에서 제시된 정보통신(ICT) 분야 거버넌스 개편 방향 발표의 한 대목이다.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IT컨트롤타워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전환기를 맞아 IT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경기도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 중인 옛 정보통신부 현판이 과거 영예를 뒤로 한 채 글로벌 ITC 강국 위상을 되찾아줄 새로운 IT 컨트롤타워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IT컨트롤타워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전환기를 맞아 IT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경기도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 중인 옛 정보통신부 현판이 과거 영예를 뒤로 한 채 글로벌 ITC 강국 위상을 되찾아줄 새로운 IT 컨트롤타워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차기정부 정부조직개편의 원칙과 방향`이 발표됐다. 행정학회가 차기 정부 조직개편안 연구 결과물을 학회원을 상대로 공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행정학회의 연구 결과가 실제 정부조직 개편 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았다. 이번 개편안의 큰 줄기는 부처의 전문성 강화다.

ICT 분야에서는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가 부활하는 세부 방안이 제시됐다. 이명박정부에서 정보통신산업을 주관한 지식경제부를 통상과 무역, 산업진흥 등을 관장하는 통상산업부로 개편하는 방안도 눈길을 끌었다.

◇행정학회 `정보통신부` 부활안=행정학회 학술대회에 처음 발표된 ICT 거버넌스 개편안은 정보통신부의 부활이다. MB정부 출범 이후 4개 부처로 이관하면서 제기된 ICT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와 방송통신위원회 조직의 한계에 대한 대안이다. 이번 개편안은 행정학회의 공식적인 개편안은 아니다. 하지만 이승종 행정학회장을 비롯해 최영출 충북대 교수, 권혁주 서울대 교수, 오영균 수원대 교수 등 학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전문가의 공동 연구 결과물이다.

행정학회 공식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면서 이 개편안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보통신부 부활안은 과거 정보통신부로 회귀하는 형태와는 다소 다르다. 정보통신 경쟁력 자체와 국가사회 전체의 지속성장 관점에서 새로운 정보통신부를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새 정보통신부는 기존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에 행정안전부 정보보호·정보문화 기능과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 콘텐츠 개발·관리 기능을 통합하는 개념이다. 또 부활하는 정보통신부는 ICT 정책을 총괄 기획하고 집행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국가정보기본법도 관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보통합전산센터 운영권도 정부통신부가 갖는다.

국가 과학기술진흥을 담당할 전담부처 부활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기능에서 교육 기능을 제외한 과학기술기능과 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관련 기능을 과학기술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순수 위원회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과학기술위원회로 전환, 총리실 직속으로 설치하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새 정통부 세부 조직 `미완`=행정학회의 정통부 부활안은 사실상 ICT 독임부처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간 ICT 전문 학회나 학자를 중심으로 제시된 ICT 독임부처 신설안이 정부조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행정학회에도 받아들여진 셈이다.

행정학회까지 가세하면서 ICT 독임부처 신설 방향은 대세로 굳어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는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됐지만, 쟁점이 되는 몇가지 문제가 빠져 향후 구체화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우선 이번 개편안에 행안부와 문화부의 일부 기능을 이관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지식경제부의 산업진흥 업무는 언급되지 않았다.

특히 최근 스마트 산업 환경 변화로 중요성이 부각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관하는 내용이 빠졌다.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기기(D)로 이어지는 스마트 생태계 총괄 정책을 수립하려면 소프트웨어 산업진흥 업무도 전담부처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번 개편안에 행안부 산하 정보통합전산센터의 새 정통부 관할로 명시한 반면에 지경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이관되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우정사업본부는 현 정부에서 정보통신 산업진흥 기능이 지경부로 넘어가면서 함께 넘어간 조직이다.

정보통신부가 새롭게 부활하면 이 조직을 다시 넘겨받는 문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본부장을 비롯해 지역 우체국장까지 보직 간부 자리가 많아 여러 부처가 욕심을 내는 공공기관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부를 부활하더라도 공무원이나 조직간 이해관계에 얽혀 일부 기능만 신설 정통부가 가져올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과거 정통부보다 못한 허울뿐인 ICT 전담부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무총리실 조정기능도 논란 여지=행정학회에서 발표된 이번 개편안에는 부처간 IT정책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국무총리실 기능 강화안도 포함됐다. 선수-심판 분리론에 따라 국무총리실에 최종적인 강제조정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를 수행할 IT정책조정관 신설하고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활용하자는 복안도 제시했다.

과거 정통부가 산업자원부, 행정자치부 등과 업무 영역을 놓고 대립했던 것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최근 ICT가 모든 부처의 임무와 연계되고 있어 특정부처가 IT 전체 영역을 배타적으로 통제하거나 이끌어갈 수 없다는 점도 반영됐다.

하지만 과거에도 국무총리실이 부처간 영역다툼을 중재했지만, 크게 실효성이 없었던 점 때문에 이같은 거버넌스 체계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다.

국무총리실의 전문성 부재로 자칫 미숙한 조정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다. 옥상옥 구조의 정책 결정 구조가 또 의사결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