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대한민국 `디지털 5대양 프로젝트`

[ET단상]대한민국 `디지털 5대양 프로젝트`

인터넷 세상은 문자 그대로 격동의 신세계다. 오늘날 인터넷의 정중앙(heart of the heart)에서 수억명을 거느리는 초거인들조차도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차고에서 청운의 야망을 키우던 무명의 벤처였다. 스마트폰도 불과 5년 전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인터넷의 미래를 전망하기란 실로 어렵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기본적으로 거대 기술로 엮여 있다. 같은 맥락에서 2000년대는 사람 중심 인터넷, 2010년대는 사람과 사물의 연계 인터넷, 2020년대는 사람·사물·공간이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정교하게 맺어지는 환경적 지능인터넷(ambient intelligence internet)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서 확실한 것은, 인류의 삶과 지구 환경은 미래 인터넷 생태계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미래 인터넷에 대한 조금 집요한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전략적 진로를 찾아보면 어떨까.

그 코드네임은 `디지털 5대양 프로젝트`다. 요약하면 우리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가장 최고의 미래 인터넷 공화국으로 만들어, 우리가 한발 앞서 선경험한 시스템과 서비스를 5대양을 건너 인터넷 인구 50억 시장으로 갖고 나가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10년 후 인터넷 초거인을 노리는 벤처주식회사가 되자는 취지의 동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첫째, 5000만 국민과 1500만 가정을 연결하는 기가급 유무선 인프라를 단계별로 구축한다. 그 준거틀은 20년 전 전국의 사무실과 가정에 메가급 멀티미디어를 전송하는 초고속 정보통신기반 구축계획을 전격 추진한 선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에도 인터넷4.0 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 국가 하부구조를 확보하겠다는 차세대 국가경영전략 차원에서 실행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비는 망 중립성 논쟁을 일단 유보하고, 글로벌 미래 신수종 확보라는 거국적 관점에서 정부와 관련 사업자 간에 일종의 통치적 합의를 바탕으로 `디지털 대한민국 건설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둘째, 기가급 유무선 인프라의 제1단계 전략은 전국 10개 정도의 기가종합특구에서 미래 글로벌 킬러앱 발굴과 연계하여 먼저 시행한다. 기가특구 지정 조건은 대한민국이 해당 분야의 선진일류국가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류의 공통과제 해결에 공헌할 수 있는 객관적 요소 충족이다. 예를 들면 환경·에너지, 복지와 고용, 교육, 의료, 안심·안전 등 분야에서 기가특구가 선정될 수 있다.

셋째, 10대 기가특구 시민에게는 각 임무 수행에 최적화된 개인용 클라우드 단말을 공급하고 동시에 수십기가급 대용량 전용 클라우드 공간(Personal Cloud Box)을 미션 수행 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한다. 특구 시민들은 미션 플랫폼 개발자로서 기본적인 리터러시 교육을 받고, 마이 에이전트(my agent)를 이용해 미래시민으로서 서비스 혜택을 누린다. 동시에 시스템 최적화에 적극 참여하는 임무도 부여받는다. 마이 에이전트는 미래 인터넷 환경 아래서 내 분신(parallel self)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5대양 프로젝트를 추진할 강력한 범국가적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과제다. 그 체제의 중심에는 5년 임기 동안 매월 프로젝트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독려하겠다는 최고 지도자의 신념이 반영되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이 우리나라를 20-50클럽으로 진입하게 한 원동력이었다면, 디지털 5대양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을 50-50클럽으로 안내하는 신작로를 뚫는 대역사로 평가될 것이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