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쇼룸이 아냐"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에 대처하는 자세

IT업체 `번커 힐`에 근무하는 셰퍼 양은 오전 7시 인터넷에 접속해 평소에 봐둔 구두와 커피를 주문한다. 점심을 간단히 때운 뒤 매장에 직접 방문해 물건을 찾는다. 당일 수령이 가능하고 배송비를 아낄 수 있어 `출근 전 쇼핑`을 즐긴다. 배송 컨설팅업체 숍러너의 피오나 디아스 최고전략책임자는 “픽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업체가 늘면서 이 같은 쇼핑이 일상화되고 있다”면서 “아마존에 대항하는 매우 공격적인 전략”으로 평가했다.

온라인 유통점의 전시장(쇼룸)으로 전락한 오프라인 유통점이 온라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망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가격이 무기인 온라인에 대항해 오프라인 매장만이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세계 최대 유통체인 월마트는 지난 4월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계산은 매장에서 현금으로 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신용 조회를 싫어해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미국인의 심리를 간파한 전략이었다.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어 온라인 쇼핑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도 고려했다. 이 서비스는 출시 2개월여만에 월마트닷컴 전체 매출의 2%를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올 초 시어스 백화점은 `드라이브 인` 픽업서비스를 선보였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매장에 방문하는 것은 같다. 다만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다. 차에 탄 채로 스마트폰 영수증을 보여주면 물건을 찾을 수 있다. 배송기간을 참지 못하는 소비자나 차에 아이를 태운 엄마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욱이 1인당 판매량이 매장에 비해 50%나 많다.

미국 최대 가전판매점 베스트바이는 애플스토어처럼 간결하고 깔끔한 `프리미엄 매장`을 내는 전략을 택했다. 6월 본사 부근에 전시 제품 수를 줄이고 고급 인테리어와 친절한 판매직원에 초점을 맞춘 시범 매장을 선보였다. 베스트바이는 1100여 매장의 60%를 프리미엄 매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각 매장 크기를 20% 줄여 TV 등 대형제품 전시를 줄이는 대신 스마트패드나 스마트폰, 전자책 등 잘 팔리는 제품 전시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유통 컨설턴팅 업체 커트 새먼의 앨리슨 레비 컨설턴트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온라인 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