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살 때 부가서비스 꼭 가입해야 돼?

대리점 횡포에 판매점 편법영업 기승

이동통신 대리점이 실적 확보를 위해 판매점을 상대로 편법영업을 노골적으로 강요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특정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고객을 유치하지 않으면 아예 개통권한을 주지 않거나 판매 할당량 미달 시 판매수당(리베이트) 환수도 비일비재하다.

23일 이동통신사 주요 대리점이 산하 판매점에 제공한 영업정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목표 개통량을 채우지 못하면 리베이트를 취소하는 차감정책이 공공연하게 시행 중이다.

서울 지역 A대리점은 산하 판매점에 월 신규 개통 5~10건 내외로 할당량을 부여한 후 목표에 미달하면 개통건당 리베이트 10만원을 환수한다. 고객이 가입한 부가상품을 이용하지 않아도 판매점 리베이트 중 수 만원이 차감된다.

당초 차감정책 취지는 판매점의 비정상 가입·해지나 역외 물건 거래 등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실적확대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부가상품 실적을 늘리고자 상품 가입을 개통 필수조건으로 부여하는 대리점도 나타났다. 과거에는 실적에 따라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식이었지만 최근엔 미가입 시 개통 불허를 뜻하는 `100% 가입` 정책이 버젓이 내려온다.

또 다른 통신사 B대리점은 산하 판매점에 음악서비스 상품 필수 가입을 요구했다. 고객이 해당 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판매점이 신청한 휴대폰 개통을 처리하지 않는다.

B대리점 산하 판매점 관계자는 “고객에게 추가 할인을 약속하고 부가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한다”며 “하지만 가입 후 사용하지 말고 그냥 해지하라는 설명도 곁들인다”고 전했다. 판매자가 상품 가입과 해지를 동시에 유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셈이다.

서울 지역 A대리점도 일부 휴대폰 모델에 모바일 청구서 가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개통을 불가하는 정책을 적용했다.

유통현장 편법행위가 반복되지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단속이 쉽지 않다. 판매점이 대리점에 이의를 제기하면 통신사 본사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통신사에 질의하면 대리점 자체 정책으로 본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통신사 내부에서조차 본사와 각 지역본부 정책이 상이해 어디서 편법정책이 시작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 한 판매점 협의체는 최근 차등정책 피해실태를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려다가 중단했다. 통신사 본사와 대리점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가운데 자칫 조사가 길어지면 애꿎은 판매점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한 판매점이 대리점 리베이트 환수조치를 통신사에 항의하자 대리점이 차감분을 보상한 후 해당 판매점과 거래를 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판매점 사장은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편법행위를 하는 판매점도 개선돼야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통신사-대리점 유통정책을 투명화하는 것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