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인 못 찾는 전기차 보조금

[기자수첩]주인 못 찾는 전기차 보조금

정부의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산업을 육성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매 보조금을 지원해 초기 시장부터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 창출은 고사하고 업계 불만이 거세다. 업계는 정부가 2011년부터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혜택은 2년째 정부 공공기관에만 한정될 뿐 시장 확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기관의 전기차 구매 비용은 국민의 세금이다.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매와 보조금을 애써 구분한다. 업무 효율성 면에서 낭비고 시장 창출 효과도 못 낸다.

세계적으로 우리와 같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 미국과 일본은 정부와 민간 시장을 구분하지 않는 지원책을 실시한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보조금 정책을 시행한 미국은 3만대, 일본은 1만대 시장에 접어들었다.

반면에 국내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는 1000대도 안 된다. 충전 인프라 사정도 2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정부 지원 정책은 현대·기아차의 시장 독과점까지 장려하는 셈이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민간 시장이 열려야만 국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공에만 한정한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건 당연하다. 지금까지 보급한 전기차는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 더욱이 현대차의 `블루온`은 출시 1년 만에 단종돼 지금은 `레이`뿐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는 오직 레이만 살 수 있다.

이미 검증된 글로벌 차량이 들어와야 충전 인프라도 전기차 산업도 활성화한다.

국내 충전기 업체는 오직 레이만을 위해 생존 경쟁 중이다. 업계가 현대·기아차의 내연기관(휘발유·디젤) 차량을 밀어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정부가 전기차 시장을 천천히 성장시킬수록 내연기관 시장은 지금처럼 계속 호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산업 육성을 위해 결단할 때다.

박태준 그린데일리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