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기술유출, 3자 모두 죄인이다

올해 들어 유난히 기술유출 사건이 많이 터져 나온다. 국내 경쟁 대기업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중소기업, 국경을 넘어 해외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우리 산업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쏟아졌다.

기술유출 사건은 속성상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때론 법 논리만 들이댈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혐의가 있다 해도 판결 결과에 따라 법적 진실조차 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사건을 접하는 이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고 가치 판단을 유보한다.

개별 사안마다 다르지만 기술유출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우선 공통점을 봐야 한다. 객체인 기술과 함께 항상 세 가지 주체, 즉 3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술을 도난당한 기업(피해자)과 기술을 빼내려 한 기업(가해자), 기술유출 당사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3자가 모두 책임이 있다. 이른바 피해 기업은 그동안 핵심 기술을 개발한 공로자에게 제대로 보상했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 대기업에는 통상 포상제도가 있다. 특허로 등록되면 성과로 인정해 승진, 포상금 등을 준다. 하지만 대부분 일회성이다. 사업화와 매출로 이어지면 공로자를 크게 보상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핵심 공로자가 기술유출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비록 주관적이긴 하나 충분한 보상에도 불구하고 핵심 공로자인 당사자가 기술유출을 시도했다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법 규정의 차원을 넘어 피해 기업에는 도의적인 배반 행위기 때문이다. 물론 핵심 기술 개발 주역이 아닌 단순 프로젝트 참여자가 기술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사례도 적지 않다. 피해 기업에서 받지 못한 보상을 노렸겠지만 역시 지탄받아 마땅하다.

가해 기업은 실제로 조직적으로 기술 빼오기를 시도했다면 엄청난 범죄자다. 그렇지 않다면 억울할 수 있다. 그런데 극한 경쟁에 내몰린 실무 현장에서는 기술 확보를 위해 첩보전을 불사하는 행위가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몇몇 실무진의 과잉 노력이라 해도 문제는 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유출이 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숙지시키지 못한 점은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가해 기업 또한 언제든 피해 기업으로 처지가 돌변할 수 있다.

결국 지금까지 기술유출 사건은 피해 기업, 가해 기업, 당사자 즉 세 공범이 만들어낸 범죄라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한결같이 가장 부족한 점은 기술 윤리다.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 윤리의 체계적인 교육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기술은 USB로 유출되지 않는다. 머릿속에 든 핵심 기술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한 소재부품산업부장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