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전기차가 환경오염 주범인가](https://img.etnews.com/photonews/1207/311514_20120725162039_816_0001.jpg)
몇 년 전 이야기다. 스마트그리드 활성화와 보급을 강조할 때였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사용시간과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고 전력피크를 분산하는 개념으로 소개됐다. 그러면서 전력소비가 적은 심야에 세탁기를 돌리면 효과적이라는 내용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당시 일각에선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주거환경에서 한밤중에 무슨 세탁기를 돌리느냐며 반대했다. 하나의 예로 든 것뿐인데 `밤에 세탁기를 돌린다`는 한마디 때문에 스마트그리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싶다. 반대하는 속내는 따로 있겠지만 대안 없는 말꼬리 잡기식 반대에는 한숨이 절로 난다.
전기자동차 보급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전기자동차 3만대 상용화 계획을 1만대로 축소한다는 수정계획을 최근 내놨다. 이유가 볼 만하다. 전기차 동력인 전기는 석탄화력 등을 써서 만들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시민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에너지원이 친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공해 없는 전기차를 보급해도 소용없다고 판단한 듯싶다.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그럴듯도 하겠다.
차라리 애초 세운 3만대 보급계획이 중앙정부가 세운 계획보다 규모가 커서 현실화하는 차원에서 수정했다고 하면 수긍했을지도 모르겠다. 대안 없는 억지 논리로 기존 계획을 뒤집는 것은 서울시에도 득 될 것 없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 전기 사용량은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늘어나는 전기수요를 석탄화력에만 의존할까. 아니다. 원자력·수력·천연가스 등도 있다.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도 있다. 전기차가 보급되면 오히려 가정에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신재생에너지로 전기차를 충전하면 환경 걱정은 덜해도 된다. 휘발유나 경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공해 없는 전기차가 달리면 서울시내 공기는 어떨까.
전기차는 스마트그리드의 핵심 매체다. 평소에는 교통수단이지만 전력피크 때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역할도 훌륭하게 해낸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발전소라고 하는 이유다.
서울시는 신재생에너지 전략과 함께 ESS 보급확대 계획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중앙정부와 협력해 관 주도로 보급하려는 계획이다. 사용자가 스스로 투자해서 참여할 수 있는 전기차 보급은 줄이고 관 주도 보급은 추진한다니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해 `원전 1기 줄이기 운동`에 나설 정도면 신재생에너지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전기차를 잘 활용하는 방법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