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네트워크, 미래 인터넷]<3>네트워크 패러다임 전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차세대통신연구부문 김봉태 소장 (bkim@etri.re.kr)

알렉산더 벨이 전화기를 발명한 1876년 이후 100년 이상을 아날로그 방식 전화를 사용했다. 1976년에 디지털 교환기가 개발돼 디지털 회선교환 방식이 사용되면서 깨끗한 통화 품질과 전화 적체 해소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경험했다. 이후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통신 인프라가 인터넷 프로토콜 기반의 패킷교환 방식으로 통합되는 두 번째 패러다임이 이뤄졌다.

[미래 네트워크, 미래 인터넷]<3>네트워크 패러다임 전환

최근에는 스마트폰 대중화와 모바일 멀티미디어 서비스 확산으로 통신 트래픽이 폭증한 가운데 스마트TV·모바일 메신저/mVoIP 등 기존 사업구도를 위협하는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 출현으로 이해 집단끼리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화 통화와 인터넷 접속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기인한 앞선 두 번의 패러다임 전환의 공통점은 `공급자 중심`으로 기술혁신을 통한 수요 충족에 있었다. 반면에 다가오는 변화는 `사용자 중심`으로 빠르게 욕구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관련해 최근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SDN은 트래픽 변화, 새로운 비즈니스 응용 수요 등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뜻한다. 기존 하드웨어 기반의 전달과 소프트웨어 제어 기능이 통합된 노드로부터 제어 기능을 분리해 컨트롤러에 통합 배치하고 개방형 API인 오픈플로(Open Flow)에서 네트워크 동작을 중앙 집중형으로 제어·관리하는 구조다.

오픈플로는 2007년에 스탠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혁신적 미래 네트워크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고안됐다. 지난 5년간 다양한 오픈플로 스위치와 컨트롤러 시제품이 나왔다. NetFPGA 기반의 PC 플랫폼을 포함해 하이브리드 형태의 L2/L3 스위치와 와이파이·와이맥스 액세스 포인트 초기 제품과 오픈소스 기반의 소규모 컨트롤러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시험망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트래픽 폭증, 이동성 증가, 인프라 가상화를 지향하는 클라우드의 확산, 단순 연결 이상의 다양한 응용에 대한 비즈니스 요구 증대로 네트워킹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DN 개념이 인프라 혁신의 돌파구로서 시의적절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2010년 전후로 시작된 NEC 적용 사례나 구글 실험을 통해 사업적 성공 가능성이 속속 발표되면서 2012년부터는 SDN 산업화 촉진을 위한 마켓 프로모션이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캠퍼스·의료·금융·물류 등 엔터프라이스 네트워크를 시작으로 데이터 센터, 통신사업자와 서비스 제공자 네트워크 시장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SDN 개념 확산은 정보통신 인프라 산업에 대해 개별 네트워크 장비 중심에서 개방형 네트워크 장비 기반의 차별화된 네트워킹 서비스 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가 기술을 주도하던 산업 구도가 장비 소비자인 서비스 사업자 주도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SDN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술 및 표준,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 아직 할 일이 많다. 산업화 관점에서는 가트너 하이퍼 사이클에서 기술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은 초기 단계에 해당하여 적극적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네트워크 산업은 2008년 이후 세계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한 가운데 2011년 기준 2.5% 수준으로 세계시장에서 국내시장이 차지하는 비율 3.5%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득권을 주장할 것도 많지 않으니 차라리 이것이 기회이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처해 오늘날 우리나라의 일부 ICT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처럼,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네트워크 기술개발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한 L2/L3 스위치, 광가입자 장비, 고성능 플로우 라우터 기술을 단계적으로 SDN 제품군으로 전환하고, 대용량 SDN 콘트롤러 핵심기술 개발과 응용 서비스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앞서가는 그룹들과 교류 연계를 밀접하게 함과 동시에 표준화 활동을 강화하고, 한·중·일 SDN 협력 체계를 포함한 산업계, 사업자, 공공부문, 학계, 정부를 아우르는 협력포럼 등 관련 국내외 커뮤니티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