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 <4부> 쟁점과 해법 (1) 우정사업본부 주무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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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진전되면서 핵심 쟁점도 좁혀지고 있다. 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ICT 전담부처 신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쟁점 논의가 구체화하는 양상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정부부처 간 논리 싸움도 치열하다. `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 시리즈 4부에서는 이런 쟁점의 대안을 집중 모색해본다.

최근 정부부처 공무원들 사이에는 근거없는 소문이 난무한다. 차기 정부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해 부처 간 `빅딜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조직개편에서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특정 부처가 다른 부처와 주고받기식 협력을 모색 중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무성한 소문은 우정사업본부 향배다.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를 차기 정부에서 자기 부처 산하로 편입시키기 위한 물밑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러는 지경부가 다른 부처와 우정사업본부를 매개로 조직개편 논의에 협력을 제안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우본을 둘러싼 부처 간 알력다툼이 불거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본이 하나의 청과 맞먹을 정도로 조직이 큰데다 사업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부처든 우본을 편입하면 부처 내 인사 적체를 손쉽게 해소할 수 있다. 향후 우편·우정·금융 등에서 사업 영역 확장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우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경부도 ICT 전담부처가 생기더라도 우본만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부처마다 우본을 편입하겠다는 논리도 다양하다. 우선 행안부는 우본 우체국이 전국 조직인 것을 감안하면 전국 지자체를 관할하는 행안부가 관리하는 게 맞다는 주장을 펼친다. 지자체 민원 업무와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국토해양부는 우본 업무가 자신들의 업무영역과 많이 겹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금융위는 우체국에서 금융과 보험 서비스가 점점 많아지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국토부는 요즘 우체국에서 택배 업무가 꾸준히 증가한다며 우본을 호시탐탐 노린다.

방통위는 우정사업이 통신정책에서 유래한 점을 강조한다. 여전히 통신업무와 가장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며 ICT 전담부처가 만들어지면 우본도 당연히 전담부처 산하로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우본과 같은 산하기관은 당장 정부부처가 어떻게 짜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처럼 분산형 거버넌스로 갈 것인지, 집중형 거버넌스로 갈 것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ICT 전담부처 설립으로 가닥이 잡히면 전담부처가 우본을 관리하는 체계에 동의한다. 하지만 분산형 거버넌스 체계가 유지되면 다양한 부처가 지금처럼 관할권을 주장하는 싸움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통신 관련 학계에서는 MB정부 들어 우본이 지경부로 넘어가면서 발생한 `통신정책의 단절`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한다. 근현대 국가에서 최초의 통신이 우편인 것을 감안하면 정통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현재 우정사업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진입·가격규제 등 정책 이슈가 통신정책과 동일한 점도 강조한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지경부로 편입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비판이 노골적으로 쏟아진다.

실제로 우본 우편사업단에는 우편정책과가 소속돼 사실상 규제와 같은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정책과 사업이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아 조직 위상이 애매한 상태다.

유럽연합에서도 이 때문에 영국·프랑스·독일 등 23개국은 통신·우편 규제기관에서 우본과 같은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탈리아·스페인·오스트리아 3개국은 통신·우편 전담부처가 관할한다.

차기 정부에서 ICT 전담부처가 신설되면 우본을 전담부처 소관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게를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성, 정책효율성, 해외사례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ICT 전담부처에 우정정책 기능을 부여해 정책과 사업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정책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더한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조직·인사·예산이 독립된 우정청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하지만 우본 거버넌스 개편은 공무원들의 자리가 걸린 문제여서 부처 개편 논의보다 더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전문성·효율성·공정성 등 합리적인 논쟁보다는 부처 간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다.

한국행정학회가 최근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차기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서도 정보통신부 부활로 정부 조직의 전문화 내용이 담겼지만, 우본의 향배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부처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대립도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한 교수는 “부처마다 조직개편 방안 연구를 주요 학회에 의뢰하면서 우본을 자기 부처에 유리하도록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