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작을 하다 보면 대작이 나온다. 지금까지 줄기차게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 저서와 역서 66권, 사보·칼럼·논문·학술발표를 포함하면 그동안 쓴 글이 정말 산더미 같을 정도다. 처음으로 책을 쓰기 시작한 1994년부터 지금까지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1년에 한 권씩 책을 쓰다가 책 쓰기에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서너달에 한 권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책 쓰는 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생각한 아이디어가 도망가기 전에 속사포처럼 써재꼈다. 고민하는 글쓰기보다 쏟아내는 글쓰기에 주력했다. 그동안 쓰지 않으면 쓰러진다는 각오로 열정적으로 글을 써왔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를 알기 위해서 쓰고, 나답게 살기 위해서 쓴다. 머리로 생각만 할 때와 생각한 바를 키보드로 입력해서 글을 쓰는 것은 천지 차이다. 하얀 종이 위를 하루 종일 들여다보면 머리가 백치처럼 하얘진다. 그런데 종이 위에 몇 글자를 쓰고 한 줄을 쓰고 다시 한 줄을 쓰다 보면 다시 세 번째 줄을 쓸 수 있고 그렇게 한 문단이 완성된다. 이것이 한 장의 글이 되고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이다. 첫 한 줄에서 천 페이지의 글이 완성되고 다시 한 권의 책이 탄생하는 것이다.
말이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써놓고 고치는 편이 좋다. 머리로 고민만 하면 계속 고민만 반복될 뿐이다. 일단 써놓고 논리적 흐름을 조정하고 강조할 점을 결정하며 덧붙여야 할 사례나 예화를 추가하고 수정하면 된다. 이렇게 다작을 하다 보면 거기서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글이 나오는 것이고 그런 글이 대작과 걸작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대작과 걸작, 명작과 수작도 모두 다작하면서 겪는 시행착오와 실패작에서 탄생되는 사례가 많다.
처음부터 위대한 작품을 쓴 작가는 없다. 세상 사람이 알아주지 않거나 세상 사람의 관심에서 벗어난 숱한 실패작을 양산하면서 글을 쓰는 색다른 실력이 쌓인다. 위대한 작품도 독자에게 외면 받으면서 느끼는 서러움과 서글픔을 밥 먹듯이 먹고 태어난다. 쓰다 보면 쓰임새를 발견하고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고민한다고 독자가 읽을 만한 글이 써지지 않는다. 우선 펜을 들고 한 줄을 써 보자. 다음 한 줄이 생각날 것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