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카메라조차 고급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밀려 사라지는 시대에 필름 카메라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젊은 세대에 어필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 지난해 50만대가 넘게 팔린 오스트리아 `로모` 카메라의 성공 배경에 대한 분석기사를 실었다.
로모 제조사인 오스트리아 로모그래피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카메라 전문회사. 지난해 로모뿐만 아니라 필름도 200만개나 팔았다. 덕분에 총 매출은 4000만달러를 넘어섰고,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로모의 성공을 젊은 세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관통한 데에서 찾았다. 로모는 고전적 카메라 디자인과 독특한 색감, 뿌옇게 흐려지는 화질 특성을 갖고 있다. 요즘 세대에겐 생소한 필름을 사용한다. 빛의 양에 따라 망친 것처럼 나오는 사진도 로모 애호가들에겐 개성 표현으로 여겨졌다. `로모그래피 골든 룰` 등 사진 찍는 법까지 회자되며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마티아스 피글 로모그래피 공동창업자는 “30~40대에게 로모 사진을 보여주면 `이런 건 인스타그램으로 해야 제 맛이지`라고 말한다”면서 “그러나 10~20대에게 로모카메라와 필름을 보여주면 `와 이거 처음 보는 건데`라며 되레 신기해 한다”고 말했다.
로모는 1982년 설립된 `레닌그라드 광학기기조합(LOMO)`에서 만들던 카메라다. 군사용이나 첩보용으로 활용됐다. 그러다 1991년 오스트리아 청년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돼 이듬해 로모그래피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로 새 출발하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로모 카메라 상표권을 사용하도록 허가해준 사람이 당시 레닌그라드 부시장이자 현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