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지문인식 업체 어센텍 인수…삼성 `발칵`

애플이 삼성전자의 지문인식 관련 최대 협력사를 전격 인수하면서 양사 간에 새로운 긴장 기류가 형성됐다.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 및 보안 기능이 강조되며 지문인식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서 최대 협력사를 애플에 `뺏긴` 삼성전자는 차기 모델 개발에 적신호가 켜졌다. 무엇보다 양보 없는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업체가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상대 협력사를 인수하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스마트폰 제품군 개발에 착수, 내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이 삼성전자에 지문인식 센서를 공급하던 미국 지문인식 센서 전문업체 어센텍(AuthenTec)을 전격 인수함으로써 삼성전자의 신모델 개발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어센텍은 최근까지 삼성전자 차세대 스마트폰 개발에 참여한 업체”라며 “애플의 갑작스러운 어센텍 인수로 삼성전자 상품기획부서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어센텍 인수를 통해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동시에 보안을 강화한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어센텍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문인식 센서 대체업체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부품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어센텍에 발등을 찍힌 셈”이라며 “지문인식 원천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적어 대체 업체 선정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애플이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한 결제 기능과 스마트폰 자체 보안기능을 강화한 신모델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NFC 결제에 필요한 본인 인증 기능과 스마트폰에 입력된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기능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물론이고 노트북PC 등에 지문인식 입력장치를 탑재해 NFC 결제 시장 선점과 보안 기능 강화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며 “시기상 올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5 이후 차세대 모델에 지문입력 장치를 탑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애플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어센텍 인수에 3억5600만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어센텍은 2007년 나스닥에 상장된 세계 최대 지문인식 센서 전문업체로 그동안 삼성전자·HP·델·레노보·후지쓰 등이 주 고객사였지만 애플과의 거래 실적은 없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