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침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부족함을 발견하는 일보다 치우침을 깨닫는 일이 더 어렵다. 부족함은 스스로 알기 쉽지만 치우침은 스스로 깨닫기가 어렵다.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내 입장에서 제시한 편견(偏見)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입장을 고려하거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내가 옳다고 믿는 신념체계나 가치판단 기준에 비추어 말하는 의견만 존재할 뿐이다.
대부분의 의견은 자기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입장이 반영된 편견이다. 편견은 나의 입장에서 나에게 유리하거나 편리(便利)하다고 생각하는 의견(意見)이다. 편견으로서의 의견은 내가 옳다고 믿고 싶은 편향된 쪽으로 내 의지가 작동해서 제시되는 견해다.
의견(意見)도 의심(疑心)해볼 만한 의견(疑見)이다. 문제는 내 의견도 특정한 입장에서 제시되는 편견이라는 점과 그 편견도 어떤 입장과 가치판단 기준에 비추어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는지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치우침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이미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부족함을 지적해주면 고치려고 하지만 치우쳐 있음을 지적해주면 화를 낼 때가 있다. 부족함을 지적당하기보다 치우침을 지적당하기 싫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부족하다고 수긍하는 것은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자세지만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판단이 잘못되었거나 올바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자세다.
치우침에 비해 부족함은 스스로 판단하거나 누군가 지적해주면 쉽게 수긍하거나 인정할 수 있다. 부족함은 스스로 한계 상황에 부딪쳐봤거나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다가 문제 상황에 직면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한다.
부족함을 알면 겸손해지고 치우침을 알면 공평해진다. 부족하다고 겸허하게 인정하고 내 의견도 공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때 겸손한 자세로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타인의 의견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