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로 촉발한 HP와 오라클 간 법정 싸움이 HP 승리로 끝났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HP와 오라클이 2010년 맺은 서버용 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HP가 인텔 아이테니엄 칩을 사용한 유닉스 서버를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소프트웨어 지원을 재개해야한다.
이제 관심은 배상액으로 옮겨갔다. HP는 소송이 시작된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총 5억달러를 손해봤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 결과에 따라 오라클은 HP에 수억달러를 물어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5월 구글과의 소송에 진 오라클은 악재가 이어졌다.
하드웨어(HP)와 소프트웨어(오라클)에 각각 주력하며 공존하던 양 사 간 평화가 깨진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오라클이 서버를 생산하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하자 공존 관계는 라이벌 관계로 급변했다. 오라클이 마크 허드 전 HP CEO를 공동 대표로 영입하자 HP는 “기밀을 누설할 수 있다”면서 오라클을 제소했다. 두 회사는 당시 소송을 취하하면서 오라클이 HP에 서버용 소프트웨어 공급을 지속한다는 약속을 맺는다. 이것이 이번 소송의 발단이다.
오라클은 지난해 3월 인텔 아이테니엄 칩을 사용하는 HP서버에 공급하는 소프트웨어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HP는 즉각 반발, 오라클을 계약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오라클의 결정은 HP에 2020년까지 40억달러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었다. 오라클은 이를 `통상적 약속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HP는 `계약`이라고 반박했다.
1년여를 끌어온 소송에서 법원은 “두 회사가 오랜 기간 신뢰와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을 볼 때 이 약속은 명백하고 의심의 여지없이 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브라이언 마셜 인터내셔널 스트래티지 앤드 인베스트먼트 분석가는 “이번 판결이 HP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 년째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서버 판매가 갑자기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표] HP-오라클 분쟁 일지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