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발전소 추가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린오션포럼]발전소 추가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면

국내외 전력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과 밀접해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우리 원자력발전 정책이나 안전 대책도 국민 관심을 끌었다. 미국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전개되는 셰일가스 개발도 우리 전력산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자력발전에 대한 환경단체 등의 반감이나 송·변전 시설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수급 불균형은 심각한 당면과제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원전 등 추가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 발전소 확충이 어렵다면 지금의 전력 수요 공급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 전기요금제도 개선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전기요금은 전력시장을 왜곡하거나 교란하지 않으면서도 올바른 소비를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 현재 우리 요금제도는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원가 이하의 낮은 요금 탓에 다양한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1차 지능형전력망 5개년 기본계획`에는 전기요금제도 개선 내용이 포함됐다. 제도 개선의 주요 내용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 도입이다. 그동안 정해진 대로 요금을 지불한 것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사용 패턴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휴대폰 요금제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는 것과 같다. 이런 요금제는 계절과 시간대별로 차등화해 부과하는 계시별 요금제(TOU:Time Of Use)와 수요가 많은 시간대 요금을 사전에 공지해 시행하는 피크요금제(CPP:Critical Peak Price)가 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월 100㎾ 이상 사용하는 15만호의 고압전력 소비자를 대상으로 먼저 계시별 요금제 적용을 확대 시행하고 하반기 이후에는 대규모 산업체를 대상으로 `선택형 최대피크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로 확대한다. 2014년 이후에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거점지구 중심으로 적용을 확대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 고객(1800만호)에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AMI가 전국 모든 수용가에 설치되면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다. 전력생산 원가를 반영해 시간대별로 요금이 변동되는 실시간요금제(RTP:Real Time Price)가 실현된다. 이렇게 되면 필요한 만큼 전력을 생산하고 대용량 전력저장장치(ESS)에 남은 전기를 저장하는 등 국가전력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AMI는 다양한 요금제를 확산하는 기반인 셈이다. 지금의 주택용 요금 제도를 계시별 또는 피크 요금제로 개혁하는 제도적 인프라 구축은 AMI와 스마트가전의 보급 촉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계획 중인 새로운 전기 요금제도는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서 현실성 등을 검증하고 있어 도입에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는 기후변화, 이상기온으로 수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다. 추가로 발전소를 짓고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것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가 파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 스마트그리드라는 것을 우리 산업계와 국민 모두가 공감해 국가 전력난 해결과 국가 경쟁력 제고에 크게 이바지하길 기대한다.

박천진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장 p4554cj@smartgri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