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윤곽이 드러났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각 부처가 제출한 요구안을 토대로 총 395개 사업에 11조529억원의 예산을 배분·조정해 2일 발표했다.
예년만 못하지만 총액은 올해 예산보다 3680억원, 3.4% 늘어났다. 물론 이 규모도 기획재정부·국회 등을 거치면서 최종 예산안 확정까지 상당액이 바뀔 수 있다.
앞으로 과정에서 두 가지가 우려스럽다. 우선 전체 R&D 예산 규모가 더 줄어들지 않을지 하는 점이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밝혔던 5개년도 R&D 예산 계획이 조금 후퇴한 상황에서 더 밀리지 말란 법도 없지 않나 하는 기우다. 재정적자 폭을 줄여야 한다,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 등의 논리가 후대를 위한 투자인 R&D 예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온갖 비판을 받으며 어렵사리 배분·조정권을 발휘한 국과위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국과위의 핵심 기능은 국가 R&D 예산 컨트롤타워 역할이다. 2년차가 된 올해 비로소 그 역할의 첫 삽을 떴는데 벌써부터 반발이 만만치 않다. 물론 소프트웨어(SW) 예산 감축은 당초 산업계와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고려됐어야 함은 분명하다.
요구안과 달라졌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각 부처가 이후 과정에서 손 놓고 있을 리 만무하다. 칼자루를 쥔 재정부는 자신의 힘을 확인하려 들 테고 여기에 정치권 포퓰리즘까지 겹친다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과위는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한편, 사업구조를 개편해 예산을 절감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는 분명 그래야 한다. 그 취지가 얼마나 지켜질지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해야 할 과제가 우리 모두에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