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우리나라 선수의 선전에 많은 사람이 밤잠을 잊곤 합니다. 30회를 맞은 이번 대회는 올림픽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전에 없던 시도들이 적용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시설 공사를 할 때 철거 건물에서 나온 폐자재를 사용한 것이나 선수들이 먹는 바나나, 차, 커피 및 초콜릿은 공정무역을 거쳐 조달한 것만을 사용키로 한 방침 등입니다. 이 중 관심을 끌고 있는 공정무역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Q: 공정무역이란 무엇일까요?
A: 물건을 사고파는 데 있어 한쪽만 이익이 발생하는 걸 피하고 혜택이 동등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거래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커피·바나나·초콜릿 등은 주로 아프리카나 남미의 저개발국에서 대량 생산돼 세계에 수출됩니다. 하지만 생산자가 노동에 비해 대가를 받지 못합니다. 유통과 판매를 장악한 거대 기업이 이윤을 대부분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힘없고 소외된 소규모 생산자들이나 생산자 협동조합에게 정당한 생산 가격을 지불해 노동 착취를 막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자와 소비자는 물론이고 환경에 이로운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구하자는 것이 바로 공정무역의 뜻입니다.
Q: 공정무역은 언제부터 대두됐나요?
A: 공정무역은 1946년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푸에르토리코의 수공예품이 헐값으로 수입되고 있었는데요. 미국 시민단체(텐사우전드빌리지)가 정당한 값에 제품을 구매한 것이 처음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1950년대 후반 옥스팜 상점에서 중국 난민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팔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큰 공정무역도시를 형성하고 올림픽에도 공정무역을 도입한 배경에는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자본주의로 벌어지는 생산자와 기업들의 경제적 불균형을 바로 잡고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가 공감대를 얻으면서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03년 9월 아름다운가게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한 수공예품을 판매한 것이 최초였습니다. 수십 년간의 운동 결과로 국제공정무역인증기구(FLO)와 세계공정무역기구(WFTO)같은 국제적 체계와 단체들이 생겼습니다.
Q: 거래품은 무엇이고 얼마나 거래되나요?
A: 한국공정무역연합에 따르면 1994년 세계 공정무역 인증 상품은 3종이었는데 2008년에는 3000여 종으로 늘어났습니다. 소비자의 의식과 행동이 변화하고 윤리적 구매가 늘어나면서 공정무역 제품의 판매량도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공정무역 규모는 2004년 8억유로(약 1227억원), 2005년 11억유로 (약 1조7593억원), 2006년 16억유로 (약 2조5591억원), 2007년 23억8000유로(약 3조8066억원)로 해마다 급증하는 중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은 커피, 초콜릿, 수공예품, 문구, 화장품 등 10여 종에 이릅니다. 소비자들이 의식있는 소비에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입니다.
Q: 공정무역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A: 공정무역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참여는 뒷전인 채 기업 이미지 개선이나 홍보를 위해 공정무역만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입니다.
공정무역이 너무 이상적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다니엘 재피 미국 워싱턴주립대 사회학 조교수는 공정무역 커피를 재배하는 농가와 일반 커피를 재배하는 농가의 양적, 질적 차이를 비교 분석한 바 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평균적으로 수익·자녀 교육·주거 환경 등에서 일반 커피 재배 농민들에 비해 형편이 나았지만 전체적인 수지 타산은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의 경우 유기농 재배여서 일반 커피 재배보다 노동력이 더 많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공정무역의 가치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것이란 점에서 모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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