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불리면서 승승장구했던 HTC가 불과 2년 만에 고꾸라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호 경쟁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동안 HTC의 대응이 미지근했다는 평이다. 투자자들의 이탈 속에서 주가도 하락 일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HTC가 7일(현지시각)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상반기로 범위를 넓히면 매출 역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악재는 이어졌다. 대만 증시에 상장돼 있는 HTC 주식은 이날 가격 급락세를 보이더니 240.50대만달러(8.0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10억달러가 날아갔다.
HTC는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RIM)과는 다르다. 두 회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주저앉았다. 반면에 HTC는 스마트폰 덕분에 급부상한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부딪힌 이유는 바로 삼성전자와 애플이라는 거대 기업의 공세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과 빠른 제품 양산, 마케팅 등 총 공세에 못이긴 나머지 HTC는 브라질과 한국 사무소를 철수했다. 피에르 페라구 샌포드번스타인 분석가는 “삼성과 애플은 HTC보다 마케팅에 각각 6배, 4배가 넘는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정타가 된 것은 지난 4월 출시했던 `원(One)` 시리즈가 시장에서 외면 받았던 점이다. 삼성은 갤럭시 시리즈로,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세몰이에 나섰지만 HTC 대응은 역부족이었다. 불과 1년 새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5분의 1토막이 났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2분기 10.7%였던 HTC 점유율이 올해 2분기 2.2%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1200만대였던 판매량이 920만대로 줄어들었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가 5000만대, 애플이 2600만대 판 것과 대조적인 수준이다.
주요 거래처인 미국 통신사들의 외면도 문제다.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T모바일 모두 HTC 스마트폰을 시판 중이지만 삼성과 애플만큼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레이몬 라마스 IDC 분석가는 “통신사들은 지난해 연말 특수 이후 HTC에 대한 지원을 끊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도 만만치 않다. 토종 업체인 화웨이와 ZTE가 초저가 스마트폰부터 고급 모델까지 전 가격대를 아울러 단단하게 버티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다.
피터 추 HTC CEO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해 미국과 유럽의 하락세를 상쇄하겠다”면서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떨칠 수 있는 새 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표] 올해 HTC 주가 추이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