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랫사람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생각해보라. △하루에 12시간이상 일한다. 주말에도 일한다. 휴가도 고작 3일이다. △손에 물마를 시간이 없고, 맘 편히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이것저것 요구도 많고 정해진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할 것도 많다. △생각대로 진행하는데 비판도 많고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아 쉽지 않다. △월급도 많지 않다. △연애할 시간도 없다.
이를 보면 3D직업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생명과학을 하는 젊은 청춘의 실태고 내가 청춘을 보내온 방식이다. 그러면 내가 3D 직업인일까. 아니다. 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 연구원이다. 지금 나의 상태는? 이전과 거의 같지만 중간 보스가 되어 새로운 스트레스가 더 늘어났고, 결혼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월급은 좀 늘어 좋아하는 운동에 투자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먹고사는 직업만으로 하는 일이라 생각하면 연구원은 절대 좋은 직업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과학자다`라는 문장 하나로 모든 것이 더 낳은 가치를 얻기 위한 인내고 희생으로 바뀐다. 그래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책임연구원` 직위보다 `과학자`라 불리기를 좋아하고 소망한다. 현상을 발견하고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이런저런 실험을 설계하고 진행하기 위해서는 맥가이버가 돼야하고, 무엇보다 생활의 우선순위를 실험하는 것에 두는 걸 낙으로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직업으로 생각하면 못할 일이 내가 좋아해서 하는 과학이라 생각 하면 못할 게 없다. 내가 생각하는 과학자가 하는 일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모든 현상에 문제제기를 한다. △문제를 아이디어와 인내와 노력으로 해결한다. △발견한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사회로 환원시킨다.
특별히 내가 하는 일은 `항암제 개발을 위한 표적분자 발굴과 검증`으로 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표적을 찾아 이를 막을 수 있는 항암제 개발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글리벡같은 표적항암제 개발하는 그런 날을 꿈꾼다. 혹시 하늘이 도와서 항암제 개발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내가 얻을 이익의 10%를 사회로 돌려주고 싶다. 국민의 세금으로 학교를 마치고 또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누군가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어떡하죠” 라고 묻는다면 `과학자`라는 가치를 위해 생활을 희생할 각오가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하라고 하고 싶다. 오늘 스스로에게도 `과학자`라고 말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하겠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핑계 삼아 게을러진 마음을 추스르고 솜털 하나까지 사용해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작은 것 하나도 집중해야 하겠다. 나는 아니 우리는 대한민국의 여성 과학자다.
정초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crjung@kribb.re.kr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