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일부 통신장비 구매를 KT네트웍스(KTN)에 일임하기로 했다. 자회사인 KTN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송장비 등 그동안 KT와 직접 계약을 맺어왔던 중소 장비업계는 추가 비용 발생을 우려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인터넷, 전송, 교환, 선로 등 총 8개 분야를 KTN을 통해 구매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KTN은 KT의 100% 자회사다.
본지 4월 9일자 2면 참조
KTN은 올해 △인터넷백본 △PTN 전송망 △RODAM 전송망 △프리미엄 망증설 △IPTV 접속망 △VPN메트로 구축 △통합CSCF △광케이블 등 40여개 사업에서 총980억원 규모 물량을 KT에 공급한다.
지난해 KTN이 KT에 공급한 물량은 약 600억원 수준으로 각 사업에 따른 단발성 계약으로 올린 매출이 대부분이었다. KTN은 이번 KT와 계약을 통해 공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인력 운영 등에서 효율성을 꾀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그동안 KT와 직접 계약을 맺어온 장비 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구매 프로세스가 추가되면 최초 공급업체에 돌아오는 마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비업체 한 임원은 “지켜봐야 알겠지만 자회사에 구매를 일임하는 것은 일선 업체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KT와 KTN은 “공급업체에 가는 이익을 줄이지 않겠다”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네트워크시스템 통합(NI·SI) 전문회사 KTN 역할을 강화하는 방편일 뿐이란 설명이다.
KT는 공급업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KTN과 계약을 해도 공급가, 현금지급 등 기존 조건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는 이석채 KT 회장이 직접 지시한 사항으로 알려졌다.
KTN 관계자는 “구매자금을 KT에서 받아 그대로 공급업체에게 지급한다”며 “가격 등 계약 조건도 종전처럼 KT에서 협상하고 KTN은 구매, 구축,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작업에서 오퍼레이터 비용으로 전체 금액의 2.5% 정도를 KT에서 지급받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KTN은 다만 앞으로 고가 외산 장비의 경우 직접 계약 주체로 참가해 KT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타사 NI·SI와 경쟁하지 않고 KT에 안정적인 공급라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KT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KT 전체 물량에서 KTN 공급 비중이 3%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미약했다”며 “KT 입장에서도 통신장비 구매, 구축 창구를 단일화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
김시소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