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 <4부> 쟁점과 해법 (2) 방송 주무부처

런던올림픽으로 `손바닥TV 올림픽`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중계를 시청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물론이고 통신사·인터넷 포털까지 가세, 모바일 올림픽 중계에 열띤 경쟁을 펼쳤다. 모바일 IPTV로 주요 경기장면을 주문형 비디오(VoD)로 보는 수요도 부쩍 늘었다.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모바일 방송`의 대중화 물살은 더욱 빨라질 기세다.

방송과 통신, 인터넷 등 뉴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월 29일 공식 출범했다.
방송과 통신, 인터넷 등 뉴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월 29일 공식 출범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무선 통신과 스마트폰을 통해 중계되는 `모바일 방송`은 방송서비스로 분류해야 할까, 통신서비스로 분류해야 할까. IPTV 등장으로 나타난 통신방송융합 흐름은 모바일을 만나 한 단계 더 진화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차기정부 ICT 거버넌스 논의에서 ICT 전담부처가 방송까지 포괄해야 하느냐 하는 것은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이미 방송과 통신의 영역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논쟁이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방송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 분리론은 방송통신위원회의 폐해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송통신융합 환경에 맞춰 출범한 방통위는 그간 정치성이 짙은 방송 정책에 무게를 뒀다. 당연히 통신산업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거나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방통위는 출범 초 IPTV 서비스에 나서며 방송통신 융합 정책의 결실을 조기에 맺는 듯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미디어법 개정, 종합편성채널 선정 등 정치색이 강한 방송 정책으로 방통위 전체회의가 지리한 논쟁을 펼쳤다. 스마트 혁명,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급변하는 세계 ICT 환경을 주도할 정책은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 밀렸다.

여야 합의제의 위원회 조직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방송의 공공성 논쟁이 정치 이슈로 변질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ICT 전담부처에서 방송을 분리하자는 의견은 여전히 잦아지지 않고 있다. 방송의 공공성 성격과 통신의 산업적 성격의 충돌이 사실상 `물과 기름`과 같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가치를 조화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산업논리와 정치논리가 맞서면 정치논리가 종종 압도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차기 ICT 전담부처에서 방송을 가져가면 여야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아예 방송을 분리해야 통신 정책 수립과 집행이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방송통신융합 역시 IPTV 이후 융합 추동력을 이어갈 신규 서비스나 이슈가 부재하다는 일각의 문제의식도 반영됐다. 결국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처럼 방송은 합의제를 유지하되 ICT는 독임제부처에서 담당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다시 분리하자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모바일 방송이 보편화되면서 이미 방송통신 융합은 고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통신사의 IPTV와 케이블방송사의 디지털 케이블방송, 인터넷포털의 스마트 셋톱박스 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똑같은 서비스다. 방송사의 N스크린 서비스나 통신사의 모바일 IPTV 서비스 역시 형식과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통신사의 방송 진출과 반대로 케이블업계가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재판매(MVNO) 등 통신서비스에 진출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방송·통신 서비스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정부부처를 분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한다.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사사건건 대립했던 전력을 들어 분리론에 반대 목소리를 내놓는 사람도 많다.

런던올림픽에서 빛을 본 CJ헬로비전의 N스크린 서비스 `티빙`의 경우 과거 같았으면 방송서비스인지 부가통신서비스인지 논쟁이 일어 도입 자체가 불투명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 융합과 스마트 라이프 환경에 맞춰 방송과 통신을 구분하지 않는 거버넌스 체계를 유지하되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조직을 분리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ICT 전담부처에 방송 정책 기능을 포함시키고 전담부처 산하에 정치적 이슈만 심의하는 별도의 합의제 위원회를 두자는 것이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는 “방송의 공공성 성격과 방송통신의 산업적 성격을 조화시키는 문제가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전담부처 산하에 공공방송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두고 정치 이슈를 분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호 인하대 교수는 “방송뿐만 아니라 통신 이슈 가운데에도 공곡가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을 별도로 처리하는 ICT정책심의위원회와 같은 별도 합의제 기구를 ICT 전담부처 산하에 두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