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은 한 가족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가장은 집 안에서는 한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집 밖에서는 가장자리에서 언제나 전투를 벌이며 살아가는 책임자다. 가장(家長)은 `가장자리`에서 `가장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다. `가장자리`는 진퇴양난의 코너에 몰린 절체절명의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가장자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다. 가장자리에 몰렸을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을 때는 평소와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가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무거운 책임감으로 눌린 어깨를 스스로 보듬으면서 다가오는 어두운 밤을 맞이한다. 어둠이 깔리는 저녁에는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내일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깊어가는 밤과 함께 하루의 피로를 풀 겨를도 없이 다시 내일을 구상하는 것이다. 밤의 가장자리에서 새벽을 맞이하면서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이한다. 가장자리는 더 이상 다른 방도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끄트머리`다. `끄트머리`라는 말은 `끝`과 `머리`가 합쳐진 말이다. 끝이지만 머리, 즉 시작이 있고 머리지만 끝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시작할 때는 끝을 지향하고 끝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장자리라는 끄트머리에서 가장은 절망이나 좌절을 생각하지 않고 시련과 역경이 다가옴에도 비장한 각오와 희망을 가지고 언제나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한다. 끝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시작은 이전과는 다르게 시작하는 비장한 각오와 결연한 의지를 담은 시금석이다. `가장`은 끄트머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파수꾼이며, `가장자리`에서 물러서거나 좌절하지 않고 정면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듬직한 버팀목이다.
가장은 자신을 위한 삶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가장은 그래서 자신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라고 박용재 시인은 자신의 시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에서 말했다. 힘들고 어려워도 삶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랑한 만큼 내 인생이 결정된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