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아이폰5` 롱텀에벌루션(LTE) 모델 확보를 위해 애플 본사에 협상 인력을 급파했다. 애플이 어떤 LTE 주파수를 지원하는지에 따라 국내 통신사마다 아이폰5 LTE 모델 출시 여부가 좌우된다. 아이폰5는 이르면 다음 달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애플 본사에 단말기 구매 담당 인력을 보냈다. 한 회사에서 많으면 수십명의 인력이 아직 미국에 머문다. 이들은 아이폰5가 자사가 운용하는 LTE 주파수를 지원하도록 설득하라는 특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채널 수와 LTE 마케팅 전략, 예상 구매자 등 구체적인 수치를 들며 애플과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2.1㎓ 대역으로 통일된 3G와 달리, LTE는 이통사마다 운용하는 주파수가 각각 다르다. SK텔레콤은 800㎒, KT는 1.8㎓를 주력 LTE 주파수로 사용한다. 가장 많은 LTE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 버라이즌은 700㎒, 현지 2위 LTE 사업자 AT&T는 700㎒·2.1㎓ 대역에서 서비스한다.
외신에 따르면 아이폰5는 9월 12일 공개가 유력하다. 통상 애플은 새 단말기를 공개할 때 하드웨어 사양뿐 아니라 어떤 주파수를 지원하는지, 1·2차 출시 국가 리스트와 날짜까지 한꺼번에 밝힌다. 공개 이후에 특정 주파수를 추가 지원하거나 사양을 변경한 적은 없었다. `뉴 아이패드`는 북미 지역에서 쓰이는 700㎒·2.1㎓ 등 두 대역 주파수만 지원해 국내에서는 3G 모델로 나왔다.
만약 아이폰5가 뉴 아이패드처럼 국내 LTE 주파수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국내 가입자 성장 속도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4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 국내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아이폰5를 기다리며 아직 LTE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자가 적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사용자의 특징은 어느 전자기기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높은 충성도”라며 “아이폰5가 LTE로 나오지 않는다면 판매 대수도 줄겠지만 LTE 가입자 이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파장이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아이폰5가 국내 특정 LTE 주파수만 지원하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단말기 구매 협상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만약 아이폰5가 국내 1.8㎓ LTE 주파수만 지원한다면 KT가 뒤처진 LTE 시장에서 경쟁사를 단번에 추격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애플은 자사 직영점에서 아이폰4S 가격을 일제히 49.01달러씩 인하했다. 업계는 아이폰5 출시 임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아이폰4S 출시 직전에도 아이폰3GS·4의 가격을 조용히 낮췄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