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애플 등이 2분기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놓으면서 IT 업계가 침체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업용(B2B)시장의 주옥같은 기업들이 사상 최고 기업 가치를 뽐내며 선방하고 있다.
구글 파이낸스에 따르면 B2B 상위 20개 기업의 총 가치는 1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필리핀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치다. 이들의 기회와 과제에 대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12일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비즈니스 부문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사업이다. 오피스, 아주르 등으로 오랫동안 이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IBM은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다. `기업이 필요하면 IBM이 만든다`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지난해 포천 500대 기업의 80%가 IBM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을 채택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사가 이탈하는 점은 풀어야할 과제다.
오라클은 전천후 기업이다. 그러나 인텔과 IBM 등 유닉스 서버업체가 신제품을 속속 발표하면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는 SAP의 고성능 분석 어플라이언스 `HANA`로 시장점유율 높이기에 나섰지만 SAP와 얼마나 손발을 맞추는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지멘스는 거대 복합기업이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있는 경험을 기반으로 신흥국가에서 그린에너지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나란히 7, 8위에 랭크된 EMC와 VM웨어의 관계는 묘하다. VM웨어는 네트워크 가상화업체 니시라를 인수하면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EMC는 VM웨어 대주주로서 이득을 봤다. 이들은 시스코와 협력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가상화 소프트웨어, 운용체계(OS)를 한 데 묶어 고객에게 제공한다. 라이벌과 힘을 합치는 일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HP는 여전히 시장가치 9위에 랭크된 큰 기업이지만 구조조정이라는 태풍에 휩싸였다. PC사업에 더 이상 의존하지 말고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델은 미래 스토리지 기술 개발에 6000만달러를 투자하는 용단을 보였다.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델 역시 매출의 60%나 차지하고 있는 PC사업 의존도를 줄여야만 살 수 있다.
14위에 오른 세일즈포스닷컴은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다. 소셜미디어와 마케팅 분야에서 세일즈포스닷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업체가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오라클과 SAP의 아성을 넘기 힘들다는게 약점이다.
어도비는 터치 기반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시대에 발맞췄다. 문제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여전히 어도비를 공짜로 여긴다는 점이다. 모토로라솔루션스는 무선네트워크 사업을 전방위로 강화하고 있지만 지난 2007년 모토로라 측이 개발한 공중무선네트워크 `아이덴(iDen)`을 소유한 스프린트넥스텔이 이를 폐쇄할 가능성이 높아 불안하다.
이외에도 시만텍은 모바일 보안시장이 커지면서 상황은 나아졌지만 CEO 교체에 따른 조직 안정화가 가장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표] B2B 글로벌IT TOP20 기업가치(시가총액, 2012년 7월말 기준)
(출처: 비즈니스인사이더)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