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레베카 황(유누들 CEO)·엘리자베스 사마라-루비오(스토와츠 창업자겸 CEO), 9일-브라이언 머레이(하퍼콜린스 퍼블리셔스 회장겸 CEO), 16일-데니엘 EK(스포티파이 공동창업자), 23일-아담 라신스키(인사이드 애플 저자), 30일-드류 휴스턴(드롭박스 공동 창업자겸 CEO)
![미국 보스턴 뱁슨대 기숙사 모습. 지구본은 기업가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8/13/315024_20120813094649_702_0002.jpg)
스탠포드대 NVIDIA홀에서 열리는 `BASES(Business Association of Stanford Entrepreneur Students)` 주최 5월 외부 연사 초청 강연 리스트다. 예비 창업자라면 누구나 한번 쯤 강연을 듣고 싶은 기업가이며 저명 인사다. BASES는 스탠포드대 학생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 서포팅그룹. `기업가적 사고를 하는 리더를 위한 세미나(ETLS)`로 불리는 행사는 매주 수요일 열리며 500석 좌석이 빈틈없이 찬다. BASES 부회장을 맡고 있는 데니스 원(컴퓨터사이언스 2학년)씨는 “참석 학생 가운데 창업에 관심 없는 사람은 없다”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창업과 경영 관련 실무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자발적 재능 기부(멘토-멘티) 문화의 한 단면이다.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힘을 내는 대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네트워크 문화도 강점이다. 투자와 인수합병(M&A)의 시작이 바로 네트워크에서 이뤄진다. 실패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것도 중요하다. 한두 번 실패는 어찌 보면 당연할 절차와 과정이다. 이게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다.
◇스타트업 힘, 멘토에서 나온다= 미국 대표적인 기업가정신 연구 대학 뱁슨대 스타트업 육성 과정에는 `뜨거운 자리(Hot Seat)`란 프로그램이 있다. 예비 청년기업가가 의자에 앉아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면 참여한 여러 멘토가 비판한다. 멘토는 대부분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업가다. 아이디어와 제품 상용 가능성의 한계, 유사한 모델 존재 등을 이유로 개선을 조언한다. 예비 기업가는 그 자리에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이어 아이디어·비즈니스 개선 작업에 나선다. 신디 클레인 마머 뱁슨대 벤처엑셀러레이터 매니저는 “혹독한 비판은 예비 창업가에는 건설적인 조언이 된다”며 “아이디어를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만들어 가는데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신적인 멘토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스탠포드 스타트업 지원기관 BASES는 폭넓은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운영한다. 이를 위해 매년 150만달러 정도의 자금을 실리콘밸리 주변 벤처캐피털·로펌·기업 등에서 받는다. 기부 규모에 따라 스폰서 등급이 정해진다. 데니스 원 BASES 부회장은 “이들에게 스폰서를 요청하면 매년 큰 부담 없이 지원한다”며 “이들은 미래 회사를 위해 일할 인력에 대한 투자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네트워크`엔 투자·M&A가 있다=바이오테크(BT) 스타트업의 발원지인 미국 동부 보스턴에는 상당 수의 네트워크 모임이 존재한다. 대형 제약사· 벤처캐피털· 병원· 바이오업체가 참여하는 모임은 미국 전역에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매사추세츠 이오기술협회(MassBio)가 후원한다. 기존 멤버 이외에는 절차를 거쳐야 회원에 가입할 수 있다. 적게는 1500달러에서 많게는 5000달러를 연회비로 받는다. 2008년 보스턴에서 창업한 BT업체 제노스코(Genosco) 고종성 대표는 “회원에 가입하면 신약개발 정보를 얻고 재료 구입 과정에서 세제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정기·비정기로 열리는 세미나에서는 원하는 케이스스터디를 제안해 논의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현지 BT 전문 벤처캐피털업체 옥스퍼드 바이오사이언스 크리스토퍼 킴 파트너는 “네트워크 모임에 가면 자연스럽게 투자처와 인수합병(M&A) 대상을 논의한다”며 “또 다른 이곳만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네트워크에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실패 경험, 그건 곧 경쟁력= 실리콘밸리에서 실패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경험`으로 정리한다. 실패횟수가 많다는 것은 `경험이 많다`로 해석되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창업가는 실패 사례 공개를 꺼리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 `2~3번 실패해본 사람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크다`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심지어 구글·애플 등 굴지의 대기업도 채용시 창업 실패 경험을 높이 친다. 실제 사업한 경험이 조직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현지에 스타트업 창업자 수를 파악하기가 좀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실패 가운데 일부만이 성공하고 그 횟수만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데니스 원 BASES 부회장은 “컴퓨터사이언스 학부생 수백 명 가운데 몇 명이나 실제로 창업했는지 모른다”며 “엔젤 투자를 받거나 성공한 벤처에 인수됐다는 소식을 들어야 그 때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경우와 같이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이 개선되면서 이런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 추세다.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과거 개발자와 기획자 비율이 일대일이었다면 최근에는 개발자 비중이 대폭 늘었다”며 “기술과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획하면 바로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검증을 받는다”고 말했다.
◇거품?, 이제 시작이다= “어떻게든 온다. 어디로 튈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온다.” 제2의 닷컴 붐으로 불리는 `스마트혁명발 스타트업 붐`에 대한 현지 벤처캐피털 시각이다. 최근 페이스북 주가 급락과 함께 일고 있는 거품론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스티븐 곽 스틱인베스트먼트 미국 실리콘밸리 지사장은 “과거 인터넷 버블이 커다랗게 부풀러 올랐다가 일시에 터졌다면 지금은 조그마한 버블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라며 “거품이 더 커질 수도 있지만 이미 이곳 관계자 대부분이 예전에 경험을 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트랜스링크캐피탈 음재훈 대표도 “닷컴 붐 시절에는 인터넷 페이지뷰, 유저수로 기업을 평가했다면 지금은 결제 솔루션과 광고 기법 진화로 기업 미래가치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며 과거와 같은 버블이 생겨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어느 정도의 거품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서비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그 시장 규모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고, 여기에 자본이 결합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거품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그런 거품을 `기회로 즐기자`는 말도 나온다.
권중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은 “빅데이터·클라우드컴퓨팅·소셜네트워크서비스·위치기반서비스(LBS) 등 잠재성이 큰 비즈니스 모델이 무궁무진하다”며 “지금 버블의 중심에 있다지만 단지 그 시작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