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에 사는 마얀크 샤르마(29)는 2년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결핵성 뇌수막염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것이다. 이 병은 중추신경을 완전히 파괴했다. 그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기억을 잃어버렸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무 기억이 없다는 겁니다. 심지어 거울에 비친 내 모습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죠.”
부모와 형제, 친구 등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던 샤르마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IT 칼럼니스트였던 그는 기억을 재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본능이 살아난 것이다. 그는 이 작업을 하는 데 IT를 적극 활용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구글 지메일이다. 지메일 내용을 잘 읽어보면 자신과 친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자신이 어떤 말을 하며 살았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메일은 대부분 일을 할 때 사용한 것이어서 지인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샤르마가 마지막으로 기대한 것은 페이스북이었다. 허핑턴포스트는 기억상실증으로 고통받던 인도인 샤르마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기억의 조각들을 재구성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샤르마는 특히 `친구 추천`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복수의 내 친구와 친구라면 나와도 친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용한 기능이다. 그는 이 방법을 통해 수많은 친구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삶의 중요한 기억들을 복원해낼 수 있었다.
그의 담당 의사는 “샤르마는 결국 그의 기억을 복원해내는 데 성공할 것”이라며 “그러나 완전히 기억해내기 위해서는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