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진정한 대중소 상생 멀었나](https://img.etnews.com/photonews/1208/318852_20120814175450_271_0001.jpg)
“사실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기업과는 함께 일하지 않습니다. 컨소시엄에 들어가 봐야 실무는 우리가 다 하거든요. 대기업은 수주한 프로젝트를 중소기업에 넘기고 이윤만 챙깁니다. 대기업은 이름만 빌려주고 과실만 따먹는 셈입니다. 그러고는 나중에 일이 좀 잘못되면 책임은 모두 중소기업에 떠밀죠. 힘들고 어렵더라도 혼자 힘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책임질 것은 지고 수익도 챙기는 것이 훨씬 이득이죠.” 중견 SI 기업 임원의 말이다.
SI 업계에선 흔한 일이다. 건설업계의 하도급 관행이 그대로 정보기술(IT) 업계로 옮겨온 셈이다. 일본에서는 `IT제네콘`이라 불리는 NTT그룹·후지쯔·NEC 등이 SI시장을 꽉 잡고 있다. 종합건설사를 일컫는 제네콘에 IT를 붙여 IT제네콘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들 IT제네콘이 아니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중소 SI 기업은 IT제네콘 품안에 들어가 프로젝트를 받아서 꾸려간다. 프로젝트를 재도급하는 것까지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IT제네콘과 중소 SI 기업의 협력 관계는 차이가 있다. IT제네콘은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SI 기업을 식구처럼 챙긴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중소SI 기업은 도급기업에 불과하다.
얼마 전 IT컨설팅 기업 A사 관계자가 모 대기업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사연을 알려왔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중소기업과 상생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 참을 수 없어 참담한 심정으로 시위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A사는 그동안 대기업 S사와 손잡고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그런데 새 프로젝트에 들어갈 무렵 또 다른 S사가 기존보다 월등히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자고 제안했고 A사는 받아들였다.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수주한 후에 무자비한 단가 재협상이 들어왔고 계약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경영 간섭이 이뤄졌다. 심지어는 프로젝트 관련 직원을 부당하게 스카우트했고, `갑`의 자격으로 담당해야 할 업무를 다하지 않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이 회사는 법의 힘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최근엔 공정거래위원회에도 S사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S사는 지난 4월 `2012년 동반성장 협약식 및 최고경영자(CEO) 주관 비즈 파트너사 간담회`를 개최할 정도로 상생을 중요시하는 대기업이다. 협약식에서 “자율공정거래 시스템 구축과 동반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구체화해 협력사와 공생 발전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만 하지 않았어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중소기업 처지에서 조금만 이해해주면 안될까. 진정한 대중소 상생은 먼 미래 이야기인가.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