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물폭탄이 전국을 강타했다. 광복절인 15일 서울에는 시간당 5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져 시내 일부가 침수되고 도로가 물바다로 변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산사태가 일어났던 우면산 일대와 강남지역은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데 큰 불편을 겪었다.
이렇게 빗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면서 SNS세상은 피해 사진을 올리며 폭우 상황을 생중계했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 침수스타일이라고 사진을 올리고, 빗물에 잠겨 있는 차량들의 모습을 시간대로 올리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지방에 50~100mm, 많은 곳은 200mm 이상의 비가 더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더라도 집배원들은 우편물 배달을 멈추지 않는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국민들에게 정을 담은 편지를 배달하기 위해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고 차선우 집배원(용인우체국)이다.
고 차선우 집배원은 100여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여름, 용인시 포곡읍 금어리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다 실종됐다. 장대비가 쏟아져 무릎까지 불어난 빗물이 흙탕물로 변하면서 배수관의 위치가 가려진 것을 모르고 걸어가다 빠져 거센 물살에 휩쓸려 순직했다. 차 집배원은 사고 당시 마지막까지 우편물을 동료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우편물은 모두 8통으로 등기우편물 6통과 국제특송 우편물(서류) 2통이었는데, 투철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지닌 그가 숨진 째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차선우 집배원은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1884년 우정총국이 개설된 이후 127년 만에 최초이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순직한 집배원은 지난 1980년 12월 대설주의보 속에 폭설이 내리는 악천후를 뚫고 우편물을 배달하고 돌아오다 부상을 입고 실신해 동사한 오기수 집배원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오늘도 전국의 1만7,000여 집배원들은 우편물 배달을 멈추지 않는다. 강원도 산간에서 제주 마라도까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집배원들, 더 이상의 순직은 없기를 바란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