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절대 스마트`는 없다

기자는 정보기술(IT) 전문매체에서 금융 분야를 담당한다. 당연히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안을 IT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본다. 이렇게 되면 같은 현상을 봐도 일반 매체보다는 좀 더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때론 일반적인 현상이 왜곡되거나 굴절돼 비치기도 한다. 이게 제일 무섭고 싫다.

대표적인 사안이 `스마트뱅킹`이다. IT적 시각에서 보면 스마트뱅킹은 당연히 혁신의 키워드고 시쳇말로 `핫(hot)한` 트렌드다.

금융권도 이렇게 볼까. 물론 스마트뱅킹에 열정과 신념이 넘쳐나는 업무 부문도 있으나, 대체로 일부 IT 관련 부서에 국한된 얘기다. 금융계 주류에선 여전히 스마트뱅킹을 기존 금융시스템의 보완재 정도로만 여긴다.

스마트브랜치만 해도 그렇다. 각종 스마트패드나 터치패드 등 기기 조작에 능숙한 젊은 층을 공략한다고 하면서 주로 대학가, 강남 일대에 들어선다. 스마트브랜치는 첨단의 아이콘으로 금융시장에 떠오르고 있지만, 한때의 유행 정도로 보는 눈이 더 많다.

이용자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은행에 스마트브랜치 주 이용층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돈 안되는` 고객이다. 이들을 위해 기존 오프라인 지점을 스마트브랜치로 전면 대체할 은행은 없다.

16일 한국은행이 `2분기 국내 스마트뱅킹(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을 내놓았다. 관련 집계를 한 이래 처음으로 인터넷뱅킹 이용건수와 금액 모두 감소했다.

이미 스마트뱅킹은 초기 진입 단계를 넘어섰다. IT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금융 메커니즘 본연의 관점에서 스마트뱅킹을 설계하고 재점검해야 할 때란 얘기다.

1990년대만 해도 전자금융의 총아로 각광받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도심 곳곳에서 공중전화만큼 흉물화한 이 기계 덩어리를 보면서 조악한 스마트뱅킹 앱 화면이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류경동 경제금융부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