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 바람에 우리나라 만화 K코믹스가 가세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로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도 지난 10여년 간 70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내 만화산업의 돌파구로 수출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K코믹스는 최근 K팝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한류 바람을 지속시키면서 `콘텐츠코리아`의 또 다른 킬러앱이 될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참가자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신한류 열풍을 만화산업 발전과 연계시킬 수 있는 전략수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만화 시장은 향후 5년 간 연평균 2.7% 성장을 통해 2015년 13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체기에 들어선 한국 만화산업=우리나라 만화가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시련과 고난의 역사다. 60년대 군사독재 정권이 들어선 이후 사회 정화를 명분으로 탄압을 받았고,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된 97년 이후에는 음란,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만화는 지난해 말 만화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화 및 산업적으로 새로운 도약의 틀을 갖췄다. 하지만 산업 자체가 정체기에 들어선 만화계는 전환점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올 들어선 웹툰이 학교폭력의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되면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우리 만화 산업은 2006년 이후 정체 상태다. 만화잡지 및 단행본 위주의 기존 출판만화 시장 역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2010년 만화산업 종사자는 1만779명으로,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국내 만화산업 시장 규모는 7419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나마 온라인 만화시장은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면서 성장세다.
◇한국 만화, 신한류 일으킨다=수출 전선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만화산업 수출액은 2010년 기준으로 815만달러를 기록하면서 흑자기조를 이뤘다. 2009년 420만달러에 비해 큰 폭의 성장을 보였다. 수입액은 528만달러였다. 특히 학습교양 만화의 해외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만화는 언어 장벽이 낮을 뿐 아니라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응용이 다른 장르에 비해 수월하다. K코믹스가 신한류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는 이유다. 만화 원작이 성공하면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 등 다양한 상품으로 생명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
현재 국내 만화산업이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역설적으로 잠재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만화계는 해외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만화 종주국인 일본은 세계 만화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다. 2010년 일본 만화시장은 19억6000만달러 규모다. 세계 시장점유율 33%다.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만화시장은 2010년 약 7억달러다. 이는 세계 만화산업의 11.6%에 해당한다.
이처럼 거대 시장이 존재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본에는 국내 작가의 직접 진출이 활발하지만, 미국으로의 만화 수출은 2000년대에 비해 힘든 상황이다.
김현국 서울비주얼웍스 편집장은 “한국 만화가 미국에 간 것이 과거형이 된 지 오래다”면서 “경기불황으로 조정기에 접어든 미국 시장과 최근 2∼3년 사이 급변하는 한국의 만화산업 현실을 고려해 새로운 전략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스튜디오와 출판사들은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짙은 만화의 경우, 완간이 되지 않으면 구매 협상조차 꺼리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시공사와 서울문화사, 학산문화사가 협력, 미국에서 `아이스쿠니온` 사업으로 1년 만에 무려 120만달러 매출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가 영화한 된 것을 제외하고는 그 이후 미국에서 가시적 성과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일본에서는 `신과 함께`가 `영간간` 지면에 일본인 작가에 의해 리메이크 돼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등 웹툰은 일본에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중이다.
◇K코믹스의 르네상스를 위해=웹툰은 우리나라 만화의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는 약 500명으로, 이들은 차세대 만화한류의 잠재적 주인공이다.
고정민 한국창조산업연구소 소장은 “만화의 생산과 소비형태가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다시 모바일로 확장되고 있다”며 “모바일 생태계 구축은 만화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요인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만화를 볼 수 있는 스크린을 확장하거나, 영화 드라마 등 장르별로 확장하는 `확장전략`도 필요하다.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장은 “국내에서 선보여 지는 만화는 일본 망가풍 등 동아시아권에 집중돼 있다”면서 “보다 확장성 있는 만화작품이 만들어 진다면 캐릭터 등 대중문화 소비로 이어지면서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다 줄”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만화 시장 현황(단위:백만원)
자료:문화체육관광부
만화 수출입 현황(단위:천달러)
자료:문화체육관광부
2012년 주요 국가별 만화시장 규모(단위:백만달러)
자료:PWC2011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