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의 뜨거웠던 열기가 막을 내렸다. 감동의 순간도 많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독 우리나라 선수 경기에서 오심 판정 시비로 안타까운 순간이 많았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기계와 비디오판독 도입을 늘리는 추세지만 여전히 심판의 경기운영과 판정은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심판 전원이 한국 선수의 승리를 선언한 후에도 경기 감독관이 이를 뒤집은 유도 사례나, `고무줄 1초`로 한국을 울린 펜싱 심판 사례는 심판의 자질은 물론이고 올림픽의 권위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시선을 국내 방송통신 시장으로 옮겨보자.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융합 서비스가 출현해 저마다의 영역에서 기존 사업자와 경쟁하고 충돌한다. 이들이 시장에서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는 규칙이 방송통신 관련법이다. 반칙을 한 사업자에 페널티를 줘 규칙에 맞게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몫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변화하는 시장에 맞는 법 개정 논의는 더디고, 방통위는 제 기능을 못한다. 스마트TV나 보이스톡 같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의 인터넷망 이용 원칙 문제, 지상파 방송의 유료방송 재전송과 관련한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문제 탓에 통신사와 TV 제조사의 갈등,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위성 사업자의 갈등이 깊어졌고, 소비자는 영문도 모른 채 서비스 중단을 겪었다. 대립하는 사업자 가운데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 제대로 된 심판의 역할이 없었다는 데 많은 이가 공감한다.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방통위는 뚜렷한 대책 없이 `엄중 경고`만 남발해왔다. 방통위발 신문기사에 나오는 `엄중 경고`는 이제 홍보용 수사로만 받아들여질 뿐 업계에 약발이 떨어지고 피해를 본 이용자도 신뢰하지 않는 모양새다.
통신망을 이용해 서비스하는 위성방송 DCS(Dish Convergence Solution) 사례도 그렇다. DCS는 시청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사업자 필요로 전송 형태를 바꾼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규제 미비점에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사항도 아니다. 기존 방송법과 전파법 등으로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는 것임에도 방통위는 오랫동안 뜸을 들이고 있다. 서비스 제공 주체인 KT스카이라이프는 전통 방식인 위성신호를 이용한 서비스가 아닌 유선 통신망을 이용하는 DCS를 `규정에 없기 때문에 해도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케이블 사업자는 `법 규정에 없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IPTV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도 위성방송을 IPTV와 동일한 형태로 전송하기 때문에 `역무 침해`라고 주장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KT스카이라이프 의견만 보더라도 DCS가 법 규정에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므로, 방통위는 방송 관련법의 제반 규정 이외의 서비스 형태를 수용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된다. 방송 산업과 규제를 오랫동안 지켜본 내 생각에 DCS는 네트워크 형태에 따라 철저히 역무를 구분해 서비스 면허를 부여해온 방송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심판의 역할이 중요하고 때로는 절대적이다. 방송통신 시장에서 심판의 역할을 맡고 있는 방통위의 위원들이 심판 역할을 제대로 할 때 방통위의 권위는 유지될 수 있다. 사업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민감한 문제일수록 의사결정을 미루지 말고 방통위 스스로 심판자의 권위를 세워야 할 것이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ssjchoi@snut.a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