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글로벌 미디어업계에 충격적인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뉴욕타임스가 새 최고경영자(CEO)로 전 BBC 사장을 영입했다는 것이다. 경영난 타개 일환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세계 최고 권위지의 자존심이 꺾인 소식이었다. 뉴욕타임스는 10년 전만 해도 방송을 경쟁 상대로 보지 않았다.
호주 미래학자 로스 도슨은 앞으로 5년 뒤인 2017년 미국 신문 시장이 종말할 것으로 예견했다. 뉴욕타임스 CEO 교체는 도슨의 전망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신문뿐만 아니다. 방송 역시 뉴미디어에 밀려 빠르게 신문 쇠락의 전철을 밟는다. 올드미디어가 순식간에 사라질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눈을 돌려 우리나라 방송 미디어 시장을 보자. 온통 싸움 이야기다. 작당하고 상대 발목 잡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기자회견에 조직적인 언론플레이까지 횡행한다. 여론 몰이로 상대를 묶어 놓아야 이기는 게임이다. 마치 정치판을 보는 것 같다. 케이블TV·IPTV·위성방송·지상파 모두가 업종별로 나뉘어 여야처럼 충돌한다.
지상파와 IPTV업계는 방송법 개정 반대를 외친다. 반대로 케이블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은 IPTV법 개정에 반발한다. 최근엔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을 놓고 위성과 케이블방송 간 위법 논쟁이 치열하다.
방송판이 전국시대를 맞은 까닭은 더 이상 역무 구분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케이블방송이나 IPTV, 위성방송을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 당장 요금이 싼 상품을 따질 뿐이다.
이렇다 보니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내세운 규제 완화 주장이 봇물처럼 터졌다. 문제는 자신의 규제 완화는 `로맨스`고 상대의 규제 완화는 `불륜`으로 보는 이중적 잣대다.
발목 잡기식 네거티브 전략은 시장 왜곡까지 불러왔다. 월 1000원이라는 기형적인 유료방송 상품까지 나왔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지만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다. 서로가 견제하고 꽁꽁 묶어 놓다 보니 가격을 낮추는 방법 외에 차별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우리 방송계도 위기다. `유튜브`로 대변되는 글로벌 N스크린 서비스가 호시탐탐 노린다. 지금은 상대의 발목을 잡는 것보다 자신의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미디어 간 경계가 사라진 지금, 칸막이 기득권은 이젠 아무 소용없다. 이젠 공멸을 피하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필요하다. 방송 공공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고 모두 무장해제하는 것이다. 죽을 각오로 게임의 법칙을 바꿔야 살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치욕이 남의 일이 아니다.
장지영 통신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