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좋은 실적을 내놓고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언제까지 이 같은 호황이 지속될지 알 수 없어서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상반기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며 주가도 큰 폭 올랐다.
텔레시티는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22% 늘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인터시온은 13% 증가했다. 미국 이퀴닉스는 2분기 18%의 연간 매출성장률을 보였고, 일본 KDDI가 소유한 텔레하우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13.9% 늘었다.
매출이 늘면서 주가도 덩달아 상승세다. 지난해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한 인터시온은 지금까지 시가총액이 60%나 증가했다. 이퀴닉스와 텔레시티 역시 2009년 이후 주가가 4배 이상 뛰었다.
이 업체들의 고민거리는 `지속가능성`이다. 2000년대 초반 일어난 닷컴 버블 붕괴 당시 데이터센터에 투자한 업체들은 큰 손실을 봤다. 지금 실적이 좋다고 투자를 늘렸다가 버블 붕괴를 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한다.
시스코에 따르면 향후 4년간 인터넷 트래픽은 4배나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이 상용화되면 초저전력 데이터센터가 가능해진다. 데이터센터의 중요한 수입원인 전력요금이 급감하게 된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도 수입은 제자리걸음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쟁자들의 시장진입도 걱정거리다. 비투스와 인피니티, 볼타 등이 최근 영국 데이터센터 시장진입을 선언했다. 이들이 목 좋은 곳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만 해도 기존 업체에 비해 건설비용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 서비스 요금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민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다. 이들은 `선점효과`를 강조한다. 많은 통신사들이 이미 이용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속도와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이용자들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이 비싼 건설비용을 대면서도 시내 중심가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좋은 예다.
증권사 센코스의 애널리스트 앤디 브라이언트는 “아마존이 런던 중심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기존 데이터센터가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표] 데이터센터 업체별 실적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