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수교

`수교(修交)`의 사전적 의미를 보니 `나라와 나라 사이에 교제를 맺음`으로 나와 있다. 국가 간 외교 관계를 맺는다는 뜻으로 쓴다. 우리나라가 오늘로 중국과 수교한 지 20년이 됐다. 수교를 맺은 1992년 이후 두 나라 모두 `기적`과 같은 성장을 일궈냈다.

중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중국 없이 현재의 위치에 올라올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정보기술(IT) 분야는 더욱 그렇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IT 수출 규모는 500배나 늘었다. 중국의 직간접 도움이 상당하다. 수교 초반에는 가격 경쟁력 확보 기회를 누렸고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했다. 해외 시장을 하나 둘 뚫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중국 고도 성장기에는 수출시장으로 떠올랐다. 여타 기업이 고가(高價) 시장에 집중할 때 우리는 중저가 시장을 공략했고, 그 전략이 중국에서 힘을 발휘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오영호 KOTRA 사장은 “미래 20년 한중 관계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피티션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on)의 합성어다.

KOTRA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07년에는 `한국 기술이 앞선다`는 응답 비율이 47.7%였으나 올해는 41.3%로 내려갔다. 반면에 `중국 기술이 앞선다`는 응답은 5년 전 10.0%에서 올해 21.9%로 배 이상 증가했다.

수교 20주년을 맞은 지금 중국을 보는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중국과의 동반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KOTRA 조사에서 중국 기업 69.5%가 한중 관계를 `동반자`로 본다. 가장 중요한 아시아 국가로 41%가 `한국`을 꼽았다.

우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달갑게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지난 20년 그래왔듯 앞으로도 양국 간 교제가 순탄하길 기대한다.

김준배 벤처과학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