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농촌 지역의 작은 마을. 이 곳 아이들은 아플 때면 어김없이 학교 양호실로 간다.
타 지역과 다른 풍경은 양호실 내에 영상회의시스템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영상시스템 앞에 앉아 수백마일 떨어진 소아과 의사에게 증상을 말한다. 의사가 아이의 귓속 상태를 보고 싶다고 말하자 양호 선생님은 진료 기기를 귀에 갖다 댄다. 의사가 처방전을 써서 전송하자 선생님은 주사를 놓고 약을 준다. 이른바 원격 진료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지아주 농촌 변두리 지역 190만명이 원격 진료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비영리단체 텔레헬스(Telehealth)에 따르면 지난해 조지아주는 원격 진료 4만건이 이뤄졌고 내년까지 네 배가량 성장해 15만 건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리 케슬러 CEO는 “30분 정도면 진료와 처방까지 할 수 있다”며 “도심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자동차로 달려도 꼬박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고 지적했다.
조지아주는 현재 40여개가 넘는 병원이 원격 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주 보험관리국에서 1150달러 예산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다. 존 옥센딘 국장은 “비영리 단체도 참여해 현재 40개 분야 185명의 의사가 정기적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원격 진료는 탄력을 받고 있다. 미 전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1000만명이 넘는 환자가 원격 진료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직 전체 인구의 3% 가량에 그치지만 이용자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원격의료협회의 조나단 링코스 CEO는 “미국 내 병원에서 MRI를 찍고 싱가포르에 있는 방사선과 의사에게 조언을 청하는 것도 원격 진료에 포함된다”며 “이제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터넷 인프라뿐만 아니라 장비도 저렴해졌다. 캘리포니아 주의 과학기술연합 부총재인 토마스 네스비트는 “우리 주가 처음 도입한 장비는 10만달러에 육박했지만 현재 비슷한 수준의 장비는 5000~7000달러면 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