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산업 개화…HP·애플 등 대기업도 눈독

3D 프린팅 산업이 개화했다. 의료와 제조업 분야에서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관련 기업은 증시에서 성장주로 손꼽힌다.

애플, HP 등 대기업이 인수합병(M&A) 형태로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블루칩 산업군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엠마가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팔로 글씨를 쓰고 있다.
엠마가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팔로 글씨를 쓰고 있다.

26일 마켓워치, 더버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D 프린팅 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3D 프린팅은 컴퓨터에 미리 설계도를 입력해 특수한 고분자 물질이나 금속가루를 잉크젯 프린터에서 뿜어내 층층이 쌓은 후 자외선이나 레이저를 쏘아 재료를 굳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시장조사기관 GIA는 2018년까지 3D 프린팅 산업 시장 규모가 29억9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D 프린팅은 컴퓨터로 설계한 뒤 바로 찍어내는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인공 장기나 혈관 등 의료 분야에서 적용이 빨라지고 있다. 이달 초 더버지는 미국 델라웨어 병원에서 2살짜리 엠마라는 여자 아기가 3D 프린터로 만든 의료용 로봇 팔을 착용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말 태국에서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 턱을 만들어 수술을 받은 사람이 깨어나자마자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제조업에서도 도입이 가시화됐다. 보잉은 찬 공기를 전자 장비에 공급하는 배관을 비롯한 소형 항공기 부품을 3D 프린팅을 이용해 생산 중이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역시 항공기 엔진에 사용되는 블레이드를 3D 프린팅으로 만들고 있다.

관련 기업 주식은 증시에서 이미 우량주다. 3D 시스템즈 주가는 23일 종가 기준 41.92달러인데 이는 지난 1월 15달러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세 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스트래터시스는 67.52달러(23일 종가)로 지난 1월에 비해 갑절가량 상승했다. 실적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3D 시스템즈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고 스트래터시스는 39% 늘었다.

대기업 시장 진입 소문도 들려온다. 이달 초에는 HP가 스트래터시스의 3D 프린터 사업부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하지만 스캇 클럼프 스트래터시스 회장은 “우리는 HP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3D 프린터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인수 관련한 소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애플 역시 관련 기업을 인수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3D 프린팅이 점차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제3의 혁명`이라고 보도했다. 무엇이든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중국에서 제조하는 값싼 상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 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3D 프린팅 시장 낙관론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당분간 혼돈의 시기를 거칠 것”이라며 “다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신중한 의견을 피력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