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휴대폰 산업이 이른바 `애플세(稅)`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 소송에서 애플에 완패하면서 삼성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쓰는 LG전자·팬택 등도 막대한 특허료를 물어낼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시장 위축, 한국 휴대폰 업체 점유율 하락,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전후방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연쇄 후폭풍이 우려된다. 정부 당국은 미국 특허소송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이 사실상 애플의 일방적인 승리로 굳어지면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주력해온 국내 휴대폰 업계에 위기감이 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인특허 3건과 상용특허 3건 등 총 6건을 침해했다며 약 1조2000억원을 애플에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소한 표준·상용특허 5건 침해는 인정되지 않았다.
전날 한국 법원이 삼성전자 통신표준 특허를 인정하고, 애플 디자인 특허는 채택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애플에 유리한 평결이 나와 삼성전자가 특허전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높아졌다.
애플은 미국 평결을 계기로 특허 공세를 더욱 강화할 태세다. 법원 최종 판결이 남았지만 팀 쿡 애플 CEO는 “전 세계가 (평결 내용을) 경청하길 바란다(I hope the whole world listens)”며 사실상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에 선전 포고 메시지를 보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통용된 사용자환경(UI)과 디자인 특허 공세를 전방위로 확대하면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막대한 특허침해 배상을 피하기 위해 애플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제조사도 나타날 전망이다. 애플은 이외에도 특허괴물 자회사 록스타비드코를 통해 국내 기업에 특허료 협상까지 제안해놓은 상태다.
자연스레 안드로이드폰 제조사 수익성 하락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른바 `애플세`가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 알 히와 애널리스트는 “비싼 애플세(Apple Tax)가 나타나 휴대폰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휴대폰 업계와 정부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애플이 특허 공세를 강화하면 안드로이드폰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휴대폰 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허전 패소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면 국내 후방 산업군의 매출 급감을 야기할 전망이다. 막대한 로열티 지급으로 부품 협력사들에 대한 단가 인하 압력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26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신종균 무선사업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회의를 열었다. LG전자와 팬택도 향후 확산될 특허 공세에 대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국내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미국 재판 결과를 앞세워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으로 특허 소송을 확대하면 스마트폰 사업에 제한이 예상된다”며 걱정했다.
지식경제부도 담당 주무과 직원들이 전원 출근해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서성일 지경부 정보통신산업과장은 “미국 평결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 지원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1분기 출하량 기준 한국 업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4.5%로 지난해 24%에 비해 상승세다. 상반기 휴대폰 산업(부분품 포함)이 우리나라 수출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1%에 이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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