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고 기가 통하지 않으면 불통해 통증이 발생한다고 한다. 통증 해소를 위한 최고의 처방은 침(針)이다. 혈류가 막힌 곳에 침을 놓아 피가 잘 통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정문일침(頂門一鍼)`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정수리에 침 하나를 꽂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따끔한 충고나 교훈을 이르는 말이다. 한의학의 침이나 정신 못 차리는 사람에게 던지는 따끔한 충고의 침이나 모두 순간은 아프지만 그 아픔을 참고 견디면 침통(沈痛)한 표정도 밝아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또 다른 침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 흘리거나 성공한 사람을 보고 시샘하거나 질투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흘리는 침, 타액(唾液)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침을 흘리지 않고 땀을 흘린다. 성공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성공하기까지 분투 노력한 과정을 보고 교훈을 배우는 데 시간을 투자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의 결과만 보고 침을 흘린다.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에 따라 성공한 사람의 성취감도 다르다. 땀은 몸을 움직여 노동한 대가로 나오는 노력의 증표지만, 침은 힘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시샘과 질투의 증표다.
땀은 몸을 아끼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보람과 성취의 직접적 결과지만, 침은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잔꾀를 부리면서 머리로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흘리는 부수적 결과물이다. 땀은 온몸을 던져 노력한 이후 일정 시간이 흘러야 나오지만, 침은 생각만 해도 순식간에 저절로 나온다. 땀은 밖으로 흘려야 몸의 순환을 돕고, 침은 안으로 흘려야 몸의 순환을 돕는다. 땀이 안에서 고이면 찌든 때가 되고, 침이 밖을 향하면 추한 몰골이 된다.
땀과 침이 각각 제 기능을 발휘하면 아름답지만 그렇지 못하면 해롭다. 땀은 소금기가 있어서 썩지 않지만, 침은 소금기가 없어서 썩는다. 땀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고 오래가지만, 침 흘리는 사람은 한 평생을 시기와 질투로 살아간다. 남을 대신해서 땀을 흘리면 아름답지만, 남을 대신해서 침을 흘리면 추하다. 세상은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지키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면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수고와 정성이 만들어간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