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세운 후레대학교, 몽골의 카이스트로 성장했다

`몽골의 카이스트`

한국인이 몽골에 세운 후레대학교(Huree ICT)를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IT 특화 대학 후레대학교는 설립 10년 만에 몽골 감사원과 교수원의 대학평가에서 10위권 안에 들었다.

한국인이 세운 후레대학교, 몽골의 카이스트로 성장했다

이 대학은 김영권 건국대학교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가 정년 퇴직 후 2002년에 세운 학교다. 울란바토르의 옛 이름인 후레(울타리)를 바탕으로 이름을 지었다. 지금은 몽골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이자 유일한 IT 특성화 대학이다. 석·박사 과정은 물론 부속 초·중·고등학교도 있다.

후레대가 우뚝 서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많았다. 김 전 총장이 2001년 몽골에 건너가 설립 허가를 받기 전, 러시아와 일본도 몽골 정부에 IT 대학을 세우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우리는 40만달러 투자를 제안했지만 일본은 300만달러를 내세웠다. 투자액이 약 8배 차이 났지만 우리 정부의 든든한 후원이 몽골 정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1999년 당시 김대중 정부는 몽골에 2500만달러를 웃도는 대외경제개발협력기금을 제공했다. 그 가운데 1950만달러가 몽골 통신망현대화사업에 쓰였다. IT 특성화 대학을 만들기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한 점이 일본 엔화 공세를 이긴 결정적 계기였다.

현재는 배재대학교 총장을 지내던 정순훈 총장이 학교를 이끈다. 정 총장은 “몽골은 물류와 환경적 제약으로 제조업 등을 육성하기 어려워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워야 한다”며 “학교가 한국어, 영어를 가르쳐 배출한 IT 인재들이 몽골 사회 정보화를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톱 10위권에 들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공대 특성상 기자재와 컴퓨터가 많이 필요한데 재단이 없어 고정적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몽골의 평균 임금은 월 60만원 정도다. 그나마 자원 개발이 활기를 띄면서 높아진 수준이다. IT 수업에 필요한 컴퓨터 등 기자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컴퓨터 한 대 사려면 세 달 임금을 꼬박 모아야 가능한 셈이다.

한국에서 시설 교체 시 처분하는 기자재는 몽골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후레대에서 2차로 쓰인 기자재는 인근 학교에 3차, 4차까지 재활용된다. 교원과 행정 요원 등 인력도 절실하다. 정 총장은 “몽골속의 한국대학, 몽골속의 세계대학을 만들려면 한국 IT 기업과 우수 인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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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