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털 독과점에 갇힌 정보의 바다

[기자수첩]포털 독과점에 갇힌 정보의 바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의 잘못된 주장이 거짓을 진실처럼 왜곡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고사다. `전국책`이란 역사책에서 위나라 왕 혜왕과 그의 신하 방총의 대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다. 삼인성호에는 `여론조작`이나 `여론몰이`의 위험성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 네티즌 10명 가운데 7명은 PC와 스마트폰에서 네이버를 사용한다. 엄청난 시장 지배력이다. 얼마 전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PC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는 73.3%를 차지했다. 작년 동월 대비 5.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더 높다. 네이버의 올해 7월 기준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73.9%다. 네이버는 2005년부터 포털 1위의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네이버에서 검색어 삭제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전국 뉴스`가 돼 여론이 들썩인다. 최근 `안철수 룸살롱` `박근혜 콘돔` 검색어 논란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다. 포털이 여론과 검색어로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례다. 네이버는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 `실시간 검색어 산정방법`과 `검색어 삭제`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여론 독과점 문제를 낳는 것은 물론이고 IT 생태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포털에 갇혀버렸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신생 업체가 생기지 않는 것도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는 독과점 포털과 무관하지 않다.

해외에서는 몇 해 전부터 포털의 높은 검색 시장 점유율을 경계했다. 유럽에서 95%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한 구글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반독점 조사를 받았다. 구글은 최근 유럽 규제당국에 개선책을 제시하며 독점 문제 논란 해결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올해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전문가 10여명으로 `경쟁 상황 평가제도 개선 전담반`을 구성했다. 전담반이 생긴 지 벌써 6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거대 공룡 포털에서 정보 유통이 왜곡돼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이 무색해지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일이다.

송혜영 콘텐츠산업부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