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부품개발 벤처 A사는 다국적기업 S사로부터 특허침해를 이유로 휴대폰 한 대당 2.5달러 로열티를 요구(경고장)받았다. 모 특허법인은 A사 기술이 S사 특허와 일부 차이가 있음을 입증했고, 로열티를 대당 0.6달러로 낮췄다. 특허법인 관계자는 “특허 세상을 모르는 사람은 경고장만 받으면 지레 겁먹는다”며 “특허침해를 했다고 해도 면밀히 따져보면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식재산(IP)전략컨설팅의 한 사례다. 글로벌 특허전쟁이 본격화하면서 IP전략컨설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IP 가치인식이 낮아 관련 비즈니스가 확산하지 못한 실정이다. 삼성·애플 특허전쟁에 소송과 평결금액이 어마어마하고 시장규모도 크게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IP전략컨설팅은 특허 출원에 앞서 동일 특허가 등록돼 있는지 확인하는 특허 분석과 다르다. 특허 분석을 포함해 기업 IP전략 수립 전반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비용이 기본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IP전략컨설팅 비용으로 16억원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신사업에 뛰어들거나 인수합병(M&A)에 나설 때 IP전략컨설팅을 활용한다. 예컨대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이 분야에 어떤 특허가 등록돼 있고,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 단가는 어느 수준인지를 확인한다.
특허침해 가능성이 있다면 다른 특허로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사실상 특허 관점에서 기업 신사업 진출 여부를 결정한다. M&A에서도 마찬가지다. 구글·애플 등 다국적기업은 인수에 앞서 기본적으로 밟는 절차다. 인수대상 회사 보유 특허가 적용되는 범위에서 시장 여건, 경쟁사 보유 특허, 앞으로의 시장 전망 등을 종합 분석해 가치를 평가한다.
해외에서 생소한 벤처기업을 인수할 때 정해지는 막대한 인수가액은 이 같은 IP전략컨설팅 과정에서 도출된다. 서주원 이디리서치 사장은 “우리나라는 특허 개별 가치만을 보기 때문에 기술이나 회사를 인수할 때 제대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IP전략컨설팅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특허전쟁 상황에서 해외에서 크게 히트를 쳤을 때 제대로 컨설팅을 받지 않으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시장 진출에 앞서서 받는 것은 잠재비용을 줄인다.
이는 경고장(소송) 발송 전과 후에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확연히 차이가 나서다. 김길해 피앤아이비 이사는 “기업에서 먼저 로열티를 내겠다고 제안하는 것과 경고장을 받고 협상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3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미리 로열티를 지불하겠다고 밝힌 때에는 협상력이 높지만 침해한 다음에는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기종 애니파이브 대표는 “IP전략컨설팅은 단순한 기술 자문이 아니라 비즈니스 방법론을 도출한다”며 “예를 들어 기업 역량을 3~4개로 나눠 R&D와 마케팅 전략을 함께 수립해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IP전략컨설팅=특허 관점에서 기업 비즈니스를 컨설팅한다. 해외에서는 보편화돼 있고 국내에서는 시작 단계다. 내부적으로 신사업 추진을 위한 특허 개발 방향을 제시한다. 대외적으로 기존 사업과 접목에서부터 금융·소송·방어 등 특허와 관련된 전략을 수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