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마크 대규모 구조조정…남은 사업매각 신호탄

미국 프린터 제조업체 렉스마크가 잉크젯 프린터 사업에서 철수하고 수익성이 높은 레이저 프린터와 소프트웨어 프린팅 비즈니스에 집중한다. 업계는 렉스마크가 경쟁사인 제록스, 델 등에 남은 사업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29일 블룸버그, 로이터 등에 따르면 렉스마크는 잉크젯 관련 특허 1000여개를 매각하고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700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로 했다. 필리핀 세부 잉크젯 공장도 2015년까지 폐쇄키로 했다. 렉스마크는 이미 올해 초 625명을 감원했다.

렉스마크 잉크젯 매출은 올 상반기 66%나 감소했다. 지난해 잉크젯 사업부는 렉스마크 전체 매출의 21%를 차지했다. 사업 부진이 지속되면 내년에는 이 사업부의 매출점유율이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진율이 높았던 소프트웨어 프린팅 사업부문도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렉스마크는 구조조정으로 올해에만도 1억6000만달러의 비용이 추가 투입되지만 2015년까지 연평균 95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폴 루크 최고경영자(CEO)는 이 날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꼭 필요했다”며 “향후 인수합병을 통해 소프트웨어 프린팅 비즈니스 성장에 힘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렉스마크의 이번 결정이 주요 사업의 잠재적 구매자인 제록스와 델에 `비싼` 값에 넘기기 위한 수순이라고 내다봤다. 가트너의 페데리코 드실바 애널리스트는 “렉스마크는 점점 더 몸집을 줄일 것”이라며 “타 업체에 사업을 매각하기 위해 기업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도 유사한 루머가 돌고 있다. 드실바 애널리스트는 “제록스는 소프트웨어 프린팅 비즈니스 중에서도 기업용 하이엔드 프린팅 서비스 부문을 탐내고 있다”며 “델은 레이저프린터 부문의 잠재적 구매자로 꼽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록스와 델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