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참을 수 없는 게임의 가벼움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우리나라 헌법 제15조에 이렇게 명시됐다.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종 업계 경쟁 회사로의 전직은 쉽지 않다. 당사자는 상당한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주위 시선도 곱지 않다. 오랜 관행과 정서에 따라 만들어진 불문율이다.

게임 산업은 동종 업계로 이동이 자유로운 편이다. 이른바 업계 내 `회전문` 인사가 용인된다. 굴뚝산업과 달리 종사자들이 젊다. 게임업계 최고경영자 역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직이나 이직에 유연한 사고를 견지한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환경 탓에 경쟁 관계가 고착화하지 않는 특수성도 이 같은 분위기를 허락하는 배경이다. 회사나 직원이나 모두 `쿨`하다.

그런데 최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게임 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는다. 희망퇴직하는 사례부터 물밑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유탄을 맞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이들 중에는 20대 청춘을 바치고 또 다른 비전을 찾으려는 이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회사 발전이라는 일념 아래 밤낮으로 일한 30·40대 게임인은 허망함을 느꼈을 것이다. 주위에서도 “그동안 회사를 위해 일한 게 얼만데…”라며 직원을 내치는 일부 회사의 행태에 반감을 드러낸다.

정든 책상에서 짐을 주섬주섬 챙기는 이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 게임 산업이 처한 또 다른 현실이다. 고용 안정성이 자동차, 철강 등 다른 굴뚝산업보다 많이 떨어진다. 고용 유연성을 뛰어넘어 가벼움이 느껴진다. 정든 직장과 사회적 보금자리는 새의 깃털처럼 쉽게 날아간다.

모든 산업은 성장기를 거친 뒤 조정기에 들어간다. 게임도 그런 터널에 들어선 셈이다. 앞으로 유연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고민할 게임인이 늘어날 게 분명하다.

김원석 콘텐츠산업부 차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