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특허 전쟁과 싸움의 기술

[주상돈의 인사이트]특허 전쟁과 싸움의 기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애초에 작은 국가는 사람들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땅이 너무 작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짓기에 넉넉한 땅을 가지려면 이웃 나라의 땅을 조금 떼어 와야만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전쟁이 나쁜 결과를 가져올지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지금은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우리는 분명히 전쟁을 하겠지.” -플라톤의 `국가` 중에서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지금보다 더 넓은 땅을 가지려면 어쩔 도리가 없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사업 경쟁도 마찬가지다. 기술 경쟁은 대부분 분쟁을 거쳐 전쟁으로 이어진다. 다른 나라를 총칼로 정복하듯, 시장에서 경쟁자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지식재산이다. 특허 분쟁은 결국 엄청난 배상으로 이어지고, 상황에 따라 회사 존망과 직결된다. 삼성과 애플이 스마트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을 `특허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난해 7월, 당시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팀 쿡은 경쟁사를 향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강력한 힘을 보여주지 못한 영역이 수두룩하다.” 아시아와 중국, 그리고 신흥 시장을 향한 무차별 공세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쿡은 “우리는 경쟁을 사랑한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기술은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우리가 확보한 기술은 끝까지 보호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허분쟁의 파괴력을 가장 잘 아는 애플이 무자비한(?) 전쟁을 예고한 것이다.

특허전쟁에서 애플은 확실히 단련된 싸움꾼이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회사와 치열한 특허 및 상표권 분쟁을 벌여왔다. 지금 애플을 원고나 피고로 하는 미국특허청 내 심판 사건만 해도 400여건에 이른다. 경쟁사로부터 특허 침해로 제소당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애플이 문제가 된 기술이나 상표를 스스로 포기한 사례는 드물다. 양사 합의로 법정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아이폰(iPhone)`은 원래 시스코가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로 수년 전 상표등록한 이름이다. `아이패드(iPad)`도 일본 후지쯔가 보유한 브랜드였다. 회사명 `애플`을 둘러싸고 영국 애플레코드와 30년간 벌인 상표권 분쟁은 특허사 첫 장에 기록될 유명한 사건이다. 이미 사용 중인 기술과 이름으로 상품을 출시한 뒤 소송을 거쳐 무마한 전례로 따지면, 애플은 명백한 선수이자 상습범(?)이다.

삼성 주장처럼 `시장 혁신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지 않고, 법정에서 특허라는 수단을 활용해 경쟁사를 누르려고 한 회사`가 바로 애플이다. 맞는 말이다. 이런 상습범이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으며 성장을 지속한 사례가 역사적으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30년 전 S&P 500기업의 시장가치 요소 중 무형의 지식재산 비중은 3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80% 수준까지 높아졌다. 10년 후에는 95%를 넘어선다. 앞으로 특허전쟁에서 패하면 90% 이상 망한다는 얘기다. 모든 것으로 잃을 수도 있다. 생산과 기술개발, 마케팅까지 아웃소싱하는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은 지식재산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싸움에서 선수를 다루는 기술은 달라야 한다. “고객사임을 감안해 소송보다는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애플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방어를 위해 맞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어정쩡한 자세로는 곤란하다. 특허전쟁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도 싸움꾼을 다룰 필살기(必殺技)가 필요하다.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