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와 천재지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시도 때도 없는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이던 한반도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천재에 인재까지 이어지면 국민은 국가 안전망이 어떤지 살펴보게 된다.
지난 27일 부산지하철 전동차 화재와 태풍 볼라벤에 의한 통신 두절 소식은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유사시 안정적인 통신수단이 될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의 필요성이 다시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국가 재난통신망 구축 사업이 10년 이상 공전하는 것 자체가 안전 불감증의 대표적 행태라고 지적한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추진되다 중단되기를 반복해왔던 것이다.
물론 모든 국가사업은 투명하게 문제의 소지 없이 전후좌우를 살피는 신중함 속에 진행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사업 자체의 백지화가 반복되면 낙후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그 작은 틈은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기다리다 지친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나설 태세다. 자칫 난개발, 난구축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재난통신망 방식은 다양한 형태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방식을 채택할지를 두고 많은 이해관계도 얽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재난통신망 구축 논의는 정권이 한 번 바뀌었음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또 올해 말이면 새 정부의 윤곽이 드러난다. 어쩌면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의 해법은 다음 정부의 몫으로 떠넘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발 사고가 없기만을 노심초사 기도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마지막 역할이 아니길 기대한다.